“우리는 '가치 저장수단'과 '결제수단'을 분리하기보다는, 가치가 있는 자산이면 결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페이코인을 기획했습니다. 소비자는 페이코인 매입가치와 현재가치를 비교, 유불리를 따져 현금 혹은 페이코인 결제 여부를 언제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장성원 다날핀테크 마케팅본부장은 가상자산 페이코인 결제 수단으로써 잠재력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가상자산은 결제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대한 반론이다. 2019년 다날핀테크로 합류한 장성원 본부장은 삼성카드·현대카드 출신 지급결제 시장 전문가다.
블록체인 전문가 사이에서도 가상자산이 결제에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는 입장이 엇갈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결제 가능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추가한다고 한 뒤, 수개월 만에 이를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외적으로는 '비트코인 채굴과 운영에 막대한 전기가 소모돼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는 가상자산 결제가 실현되기 어렵다는 부정론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 2019년 페이코인 출범 당시에도 같은 지적이 제기됐다. 보유한 페이코인 가치가 지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이를 현금 대신 상품 결제에 사용하는 사람은 손해다. 놔두면 가치가 오를 코인으로 결제를 하는 것은 기대수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모든 자산은 시간 흐름에 따라 가치가 변한다는 측면에서다. 실제로 2010년 한 프로그래머는 30달러 정도 가치를 지닌 피자 두 판을 1만비트코인(BTC)과 맞바꿨다. 이 피자 가격은 현재 1BTC 시세(약 4400만원)로 환산하면 4500억원이다. 비록 지금은 비트코인 가치가 1000만배 올랐지만 당시 시점에서는 적절한 가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거래가 성립된 것이다.
장 본부장은 “사용자 소비행위는 끊임없이 이뤄진다는 점을 전제할 필요가 있다. (페이코인이 아니라도) 사용자는 지금도 항상 결제 수단을 선택할 때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수단을 선택한다”며 “페이코인도 동일 선상에서 고려 가능한 추가결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같은 지론으로 시장을 설득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장 본부장 역시 페이코인 출시 이후 2년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사업 초기 '가맹점 영업'을 꼽았다. 페이코인 가맹점 영업을 위해서는 가입자가 필요한데, 사용처가 없으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딜레마 때문이다. 결국 서비스 잠재력과 비전만으로 가맹점과 사용자를 설득해야 했다.
장 본부장은 “그러나 이런 과정을 극복해 나가면서 가맹점과 더 큰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여러 제휴사들과 다양한 윈-윈 마케팅 사례를 만들어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페이코인은 출범 2년여 만에 150만명 사용자와 7만여 가맹점을 실제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신용카드 대비 낮은 결제 수수료와 블록체인 기반 다양한 할인 혜택을 통해 시장 환영을 받는데 성공했다.
장 본부장은 “지난 약 10년간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기술에 집중한 나머지, 실제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페이코인은 사용자와 가맹점의 요구를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사용자와 가맹점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