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률·세무 등의 온라인 기반 플랫폼 업체와 전통 사업자인 의사·변호사·세무사 등 단체 간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과거 신산업과 전통산업이 정면충돌하며 사회적 파장을 낳은 '타다 사태'가 재현되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이사회를 열어 플랫폼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률 플랫폼 '로톡'이 타깃이다. 로톡도 변호사 60명과 함께 즉각 대응에 나섰다. “법률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짓밟는 대한변협의 징계 규정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소비자는 이혼·상속·성범죄 등 분야별 변호사를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낮은 상담료로 전화·방문 상담을 하거나 사건을 의뢰할 수 있다. 소비자와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조화롭게 어울려 호평을 받으며 로톡 가입자는 2014년 서비스 출시 당시 50명에서 지난달 3월 3966명으로 급증했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협)는 2015년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후 검찰은 “로톡이 사건 수임에 개입한 것이 아니라 온라인 광고를 했을 뿐”이라며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6년이 지나 대한변협은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 변호사가 사건 수임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돼 시장을 왜곡한다며 법률 플랫폼을 다시 이슈화했다.
유사한 대립은 의료와 세무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지난해 '강남언니' '바디톡' 등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을 불법 광고를 양산하는 환자 불법 알선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규정했다. 의협 회원에게는 해당 업체와 계약하지 말 것을 안내했다. 한국세무사고시회는 지난 4월 허위·과장 광고를 일삼고 있다며 세무회계 플랫폼 '자비스앤빌런즈'를 경찰에 고소했다.
이보다 앞서 '타다 사태'가 있었다. 쏘카 자회사 VCNC는 승차공유 서비스로 회원을 170만명 확보하는 등 급성장했지만 택시업계 반대로 결국 사업을 접었다. 법률·의료·세무뿐만 아니라 부동산, 인테리어, 수산물, 중고차 등 부문에서 온·오프라인연계(O2O)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전환(DX)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제2 타다 사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세상은 변화했고, 해외에서도 신규 사업자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새 시도와 아이디어가 사장되면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이용자 편익'과 '전통사업자 보호' 간 대립에서 정부 및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