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포용적·생산적 금융 확산 이끄는 핀테크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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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진 8퍼센트 대표이사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와 유동성 장세가 지속되면서 해외주식 투자에 쏠린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한 해의 재테크를 시작하는 지난 1월 국내 주식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글로벌 기업은 어디였을까.

많은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테슬라·애플과 같은 대형 기술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10위권에 새롭게 진입한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IPOE, 합병을 통해 상장한 온라인개인간(P2P) 금융 기업 소파이(Sofi)였다.

소파이는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에 기반을 둔 금리 경쟁력으로 기존 금융기관의 영역을 침투하며 가계부채를 절감하고, 다양한 분야의 고용을 창출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학자금 대출 중개 플랫폼으로 출범, 주택담보 대출과 일반 개인신용 대출로 확장했다. 지난해 1월 회원 수 100만명 돌파에 이어 모바일 결제 시스템 개발 스타트업 '갈릴레오'와 온라인 증권사 '에잇시큐리티'를 인수했다. 국내 기업 가운데에는 삼성전자가 모바일 결제 시스템 및 직불카드 기능을 담은 삼성머니를 출시하면서 소파이와 손을 잡았다. 소파이는 지난해 10월 미국 통화감독청에 국법은행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등록을 위한 절차가 신중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회와 금융 당국은 민간금융업의 자생 발전을 통한 자금 선순환 사례 가속화와 디지털금융 혁신 장려를 위해 P2P 금융 또는 마켓플레이스 금융 등으로 통칭하던 이 산업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17년 만에 새로운 금융업으로 탄생한 온투업은 새로운 제도를 발판 삼아 은행, 카드, 캐피털 등과 경쟁해 소비자 편익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핀테크 서비스 확산은 단순히 편의성 개선에만 그치지 않고 연쇄적인 순기능을 보여 주고 있다. 중금리 대출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 경감, 신산업 태동에 따른 고용 창출이 늘고 있다.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10% 안팎의 중금리로 전환해 대출의 질을 개선해 왔고, 적시에 자금을 공급받은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은 매출 증대와 함께 청년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산업군에 속하는 기존 금융업계에 기술 기반의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 국내외 금융기관들은 핀테크 기업을 의식해 새로운 IT 조직을 신설하고, 어떻게 하면 고객 편의를 높이고 더 많은 혜택을 줄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우리는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닌 IT 회사”라고 선언하면서 임직원의 25%를 IT 인력으로 확대한 바 있다.

현재 핀테크 발전에 우호적 산업 환경이 갖춰졌다. 새로운 시도를 가능케 하는 규제 샌드박스, 금리인하 요구권 등 데이터 주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오픈뱅킹 제도가 마련됐다.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 전산망에 접근할 수 있는 마이페이먼트, 신용정보법 개정 시행 등 핀테크 기업이 더 넓은 범위에서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판이 깔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중금리 대출에 주력하는 온투업이 제도권 금융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핀테크 산업 발전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와 감독기관, 국회가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날 선 비판이 오가기도 하지만 일선 관계자들은 핀테크 혁신에 대한 소명 의식과 함께 금융사고 제어를 위한 과도한 업무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지속적인 핀테크 혁신을 위해서는 인력 보강과 시행착오에 대한 따스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온투업이 시행되고 올 상반기에는 등록 업체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작이 반이다. 그만큼 처음 모습이 중요하다. 온투업이 포용적·생산적 금융 확산을 이끄는 대표 핀테크의 사례가 되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쪼록 온투업이 성공적으로 뿌리 내려 경제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시점에 사회 선순환의 연결고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길 고대한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hj@8percen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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