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존 해외 백신과 효과를 비교해서 임상시험을 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표준안을 마련했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의 3상 시험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비교임상은 시험 대상자가 수만명 필요한 기존 유효성 임상 대신 수천명 규모의 피시험자 대상으로 이미 허가를 받은 해외 백신에 견줘 효과를 비교하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 백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31일 공개했다.
현재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가 임상시험에 진입했다. 모두 초기 임상(1·2상) 단계다. 정부는 3상 임상시험 진입과 국산 백신 상용화를 위해 더 특화된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 아래 우리 백신 프로젝트 가동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은 백신 개발 경험이 부족한 국내 제약사도 쉽게 임상시험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도록 △임상 1·2상 △임상 3상(일반 유효성 임상) △임상 3상(비교임상) 등 3종으로 마련됐다.
표준안이 도입되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위약대조군과 감염 효과를 비교하는 기존 유효성 임상뿐만 아니라 면역원성 비교 임상 3상 설계도 가능해진다.
그동안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은 1만명 이상의 피시험자 대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시험해서 백신의 방어 효과를 측정하는 유효성 임상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대규모 위약대조군 모집이 어려워 국산 백신 개발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면역원성 비교임상은 수천명 규모의 피시험자 대상으로 기존에 허가받은 백신 접종자와 국내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백신의 접종자에 대해 중화항체가 같은 면역반응 지표 등으로 백신 효과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서경원 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함에 따라 3상 임상시험을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위약대조군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방식을 이용하면 시험 대상자 수를 줄이고 위약대조군 모집 없이도 3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준안은 임상단계별로 임상디자인, 시험 대상자 선정·제외기준, 평가변수(면역원성·안전성·유효성)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예시했다. 비교임상 3상과 관련해서는 대조백신 선정, 임상디자인, 평가변수, 성공마진, 시험대상자 수 산출 근거, 통계분석방법 등 세부 기준을 제시했다.
식약처는 표준안 마련으로 국내 연구진의 백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등 임상시험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식약처는 비교임상으로 검증한 우리 백신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무대에서 비교임상 3상의 과학적 타당성과 규제에 대한 유연한 적용을 설득할 계획이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