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인 바뀐 남양유업, 지분 매각 앞두고 깜짝 조직개편

주력 사업 총괄 '수석본부장' 신설
'남양맨' 김승언 본부장 승진 배치
대표 견제·실권 방어 포석으로 해석

남양유업이 오너 일가 지분 매각에 앞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주력 사업부서를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하고 신임 본부장을 승진 배치했다. 주식 매각 시점과 맞물린 조직 개편을 두고 일각에선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앤컴퍼니가 강력한 조직 쇄신을 공언한 만큼 대표이사를 견제할 장치를 깔아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새 주인을 맞기 전 실권 방어를 위한 내부 포석이란 풀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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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불가리스 코로나 저감 효과 논란과 관련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은 최근 조직개편과 일부 인사를 발표했다. 조직개편은 기획마케팅본부, 영업본부, 전산보안팀을 총괄하는 수석본부장 직제를 신설했다. 미래전략본부와 경영지원본부는 기존과 같이 대표이사 직속 체제로 남겨뒀다.

신임 수석본부장은 김승언 전 기획마케팅본부장이 맡는다. 김 신임 수석본부장은 생산전략본부장 겸 건강한사람들 대표를 역임했고 기획본부장, 기획마케팅본부장을 거쳐온 정통 '남양맨'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 수석본부장은 이번 조직개편과 함께 상무보로 승진했다.

인사 대상자는 김 수석본부장을 비롯해 총 7명으로 이 중 세종공장에서만 5명이 인사 발령받았다. 세종공장 품질보증부문장은 기획마케팅본부 기획실장으로 이동했다.

이번 조직개편은 지난 2월 정기인사와 조직개편 이후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신설 직제인 수석본부장은 대표이사 산하에 뒀던 주력 사업본부 세 곳을 총괄하는 만큼 막강한 실권을 장악할 수 있어서다.

더욱이 이번 조직개편은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 지분을 한앤컴퍼니에 매각 전 이뤄진 것으로 시기적인 의미도 있다.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앤컴퍼니 측이 조직개편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앤컴퍼니 관계자는 “(조직개편과 관련해) 답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부정적인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경영 혁신을 구상하고 있어 내부 쇄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앤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투자회사에 도입한 집행임원제도를 남양유업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한다. 이는 경영에 참여하는 전문경영인을 이사회에 두지 않겠다는 의미다.

현재 남양유업은 홍 전 회장 사임 발표 이후 비상대책 체제로 전환하고 경영 쇄신을 추진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재연 세종공장장이 맡고 있으며 사의를 표명했던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는 후임 경영인 선정 시까지 대표직을 유지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후임 대표 선정과 관련해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이나 내부 선임 등 계획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 “조직개편 역시 갑작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