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발적인 ESS 화재에 뚜렷한 해결 없고
태양광발전 연계 REC 가중치 '0' 하향
시장 불안정에 보험료까지 인상 '막막'
“수익률 마이너스…정부, 대책 마련을”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ESS) 육성 정책을 변경해 시장이 빈사 상태가 됐습니다.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내몰리고 있습니다.”
광주지역에서 ESS 사업을 하는 A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이용 효율을 향상시키고 전력공급 시스템 안정화를 위한 '스마트그리드 보조금 지원사업'을 통해 ESS 사업을 적극 장려함에 따라 의욕적으로 ESS 사업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정부가 정책을 변경하고 규제를 강화해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A사는 정부가 ESS 사업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한 2017년도 65억원을 투자해 ESS 전문업체를 설립했다. 설비를 확충하고 ESS 신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본격 진출할 2019년도 무렵, ESS에서 산발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가 ESS 화재 문제에 대한 원인 규명에 착수했지만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민·관합동조사단 조사를 통해 1차 때는 설치 사업장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가 2차 조사에서는 배터리 원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업계가 반발하면서 정부와 업계 간 입장 차는 지속되고 있다.
그러는 새 ESS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 국내 ESS 신규 설치 사업장은 지난 2018년 973개소에서 2019년 476개소, 2020년 405개로 3년 새 절반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재에 따른 리스크를 ESS 업체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 정부가 태양광발전 연계 ESS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0으로 정책을 변경한데다 폭발사고 방지 예방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전혀 사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또 다른 ESS 관련 B사 관계자는 “정부의 보다 명확한 원인 규명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파산 위기 사업자를 위한 특별보상법 제정 등 기업을 구제하기 위한 특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설치한 ESS시스템은 배터리 화재 등으로 인한 충·방전 전력량 제한으로 시설 투자비도 건지지 못할 정도의 낮은 저장 효율을 보이고 있다. REC 시장 판매 가격은 시행 초기 대비 25% 수준으로 급감해 판매 수익 금액이 은행 이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ESS시스템은 특별 산업시설로 분류돼 보험료 또한 비싸게 책정돼 있다. 보험료는 해가 갈수록 감가상각으로 인해 인하되는 게 당연하지만 오히려 시장 불안정으로 보험사가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B사 관계자는 “ESS사업을 지속할수록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회사도 머지않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서둘러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