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사회·문화적 변화가 있었고 의료계에서도 환자와 의사 간 소통이 어려워졌다. 병원 방문이 까다로워졌을 뿐만 아니라 방역 문제로 검사와 진료를 받는데 많은 제약이 생겼다. 제한된 검사로 환자가 앓고 있는 질병을 놓칠 공산도 높아졌다. 현재 의료 체계에서 환자와 의사 모두 이러한 상황 극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원격 진료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제한된 검사 장비와 영상을 통한 문진은 대면 진료보다 효율성이 떨어지고 다양한 정밀 검사를 대체할 수 없는 등 한계가 있다.
머신러닝 기반으로 발전한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은 코로나19로 말미암은 제한점을 극복하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임상 데이터 기반으로 학습한 머신러닝 모델은 정확한 진단을 도울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는 걸러 주고, 의사가 보지 못하는 다른 질병의 위험성까지 발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명가능인공지능(XAI) 기법이 도입되면서 더욱 신뢰성 있는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의료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AI는 최소한의 검사로 기존 의사들이 보지 못한 많은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해 준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7년 구글 연구팀은 딥러닝을 이용해 눈 혈관 사진을 찍어 성별, 혈당, 혈압, 흡연 여부 등 정보 추출에 성공했다. 단지 망막 혈관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 심혈관계 질환 관련 바이오 마커들을 예측할 수 있다. 이후 세계의 여러 연구팀이 망막 사진을 통해 빈혈, 신장 기능, 심장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 등을 추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딥러닝 모델이 눈을 통해 인체의 동맥과 정맥을 보고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대사질환 등에서 기존 안과의사가 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망막 사진의 시신경을 단층 촬영한 정보를 모으면 치매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하고 있다. 휴대폰을 이용해 단순한 얼굴 촬영으로 미래 혈압을 예측하거나 목소리를 이용해 코로나19 전염 여부를 예측하는 등 여러 도메인을 넘나드는 새로운 의료 AI 연구가 하나씩 발표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환자들의 임상 데이터가 모여 이뤄 낸 쾌거다. 분야별로 나뉘어 있던 여러 의료 데이터가 한곳에 모여 딥러닝 기술을 통해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한 것이다. 이 방법이 더 넓은 임상 영역으로 확장된다면 최소한의 검사로 최대의 임상 정보를 추출, 코로나19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검사 비용 절감과 질병 조기 발견을 통해 의료 비용 절감 효과는 덤으로 발생한다. 구글과 같은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은 이러한 의료 정보 융합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아채고 여러 영역의 임상 데이터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여러 의학 분야 데이터 융합에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절실히 요구된다. AI 기술 대중화로 기술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적은 데이터라도 여러 기관의 임상 정보가 모여야 의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반드시 빅데이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근 발전하고 있는 퓨샷러닝(few-shot learning) 기법을 사용하면 적은 데이터로도 딥러닝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기관마다 측정장비가 다르고 의사가 진찰하는 영역이 다를 수 있다는 단점은 생성적적대신경망(GAN)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변환시켜서 극복할 수 있다. 결국 의료데이터를 수집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기만 한다면 AI를 통해 코로나19 시대에 알맞은 새로운 의료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다.
결국 의료 AI의 핵심은 데이터이고, 여러 분야 데이터를 결합해서 환자들에게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의료 AI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개인정보 보호와 생명윤리법 등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풀어야 할 숙제가 있으며,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김진국 한국지능의료산업협회장·비앤빛 강남밝은세상안과 대표원장 bestjinkuk@gwbnvi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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