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의 하나가 백신 협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이 체결됐다. 올해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백신 물량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노바백스 백신에 이어 모더나 백신까지 현재 상용화된 주요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의미도 있다. 바이러스벡터, 합성항원,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까지 다양한 백신 플랫폼 생산 기반도 갖추게 됐다. 무엇보다 세계 2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보유한 한국이 백신 제조 허브 국가로도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 대량 위탁생산 체계를 갖추며 백신 수급을 안정시킨 것도 의미가 크지만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통한 '백신 주권' 확보 역시 끝까지 놓쳐서는 안 되는 목표다. 전문가들은 이미 코로나19가 독감처럼 토착화돼 주기적으로 백신을 맞아야 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응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려면 백신 생산 능력뿐만 아니라 개발 능력까지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신종 감염병 등장에 대비해서도 국산 백신 개발의 성공 경험은 소중한 자산이 된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 가운데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5개사가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내년 상반기 국산 백신 접종을 목표로 정부 역시 행정력을 동원해 총력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비교 임상 방식 도입을 통한 임상 기간 단축 등 세부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자금이다. 백신 개발에는 최소 수천억에서 조 단위의 천문학적 자금이 든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3상 임상시험을 위한 자금 지원과 정부 선구매를 요청하고 있다. 모더나 역시 개발 초기 단계부터 미국 정부로부터 수조원의 자금을 지원받아 개발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화이자, AZ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국산 코로나19 백신 선구매를 추진하기로 확정했다. 다만 개발 성과가 가시화할 경우 선구매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는 전제가 달렸다. 임상 2상 최종 결과 및 임상 3상 중간 결과, 성공 가능성, 변이 바이러스 대응 등을 고려하겠다는 설명이다. 백신 개발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서 부담하겠다는 뜻이다.
올해 확보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지원 예산은 687억원에 불과하다. 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올해 안 3상 진입이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와 백신 선구매 등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