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투자 거점 재편...美 중심 투자 전략 강화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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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넥스트 홈페이지 캡쳐. 글로벌 투자 거점을 표기한 에코시스템에 기존 독일 베를린이 사라지고, 로스앤젤레스와 마이애미가 추가됐다.

삼성의 글로벌 투자 거점 재편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거점 효율화와 기술 기업이 풍부한 미국 중심 투자 전략의 재편 움직임 등이 배경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 스타트업과의 협업과 기술 확보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글로벌 사무소를 소개한 삼성넥스트 홈페이지 '에코시스템'에서 최근 기존 독일 베를린을 빼고 미국 마이애미와 로스앤젤레스(LA)를 추가했다. 2017년 베를린 사무소 개소 후 약 4년 만의 변화다.

삼성넥스트는 2013년에 설립된 삼성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가 모태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삼성의 '종합기술회사' 진화를 미션으로 2017년에 재탄생했다. 실리콘밸리, 뉴욕(이상 미국), 한국, 텔아비브(이스라엘), 베를린(독일) 등 5곳에 지원 사무소를 구축하고 출범 당시 조성한 1억5000만달러 규모의 펀드를 활용해 현재까지 70여개 기업·프로젝트에 투자했다.

글로벌 투자 거점 재편 움직임은 올해 초 베를린 사무소 청산부터 감지됐다. 삼성넥스트는 유럽 거점이던 베를린 사무소를 청산하고 텔아비브 사무소로 일원화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럽 내 투자 환경이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린 대신 에코시스템 지역에 포함된 마이애미와 LA는 실리콘밸리를 이어 세계적 스타트업 성지로 발돋움하는 곳이다. 유럽 거점을 합쳐 효율화하는 대신 미국 내 인프라를 확대, 투자 전략에 변화를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일 “에코시스템 지역으로 표기한 것은 최근 마이애미 등 이들 두 지역에 스타트업이 몰리면서 관심이 많아져 눈여겨볼 지역이라는 의미”라면서 “현재 별도의 사무실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보가 단순히 관심 지역을 표기했다기보다 향후 인프라 투자 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마이애미는 뉴욕·실리콘밸리와 비교해 저렴한 세금이 강점으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블랙스톤·골드만삭스 등도 이곳 사무실을 임대했으며, 최근 음악 스트리밍업체 스포티파이도 본부를 이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LA가 속한 남캘리포니아 지역은 미국 상위 50개 대학 가운데 5개교가 속한 데다 부동산, 소비재, 헬스케어 등 미국을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이 몰려 있다. 명문대와 스타트업 간 산·학 협력 체계는 물론 투자기업도 몰려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안성맞춤인 지역이다. 특히 이미 이들 두 지역에는 20~3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어 대규모 인력을 추가 채용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유럽과 비교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 최근 유망 기술 기업이 풍부한 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도 높아 사업이 용이한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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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넥스트 로고

장기 계획으로 삼성전자 미국 투자에 맞춰 현지 기업 대상의 투자, M&A 등도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삼성넥스트는 삼성페이 전신인 루프페이를 포함해 스마트싱스(IoT), 조이언트(클라우드), 비브랩스(AI) 등 주요 기술 기업 인수를 주도해 왔다. 여기에 올해 2월 실리콘밸리의 유명 투자자 데이비드 리가 삼성넥스트 수장으로 부임하면서 미국 내 적극적 투자가 예상된다. 리는 트위터, 드롭박스,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해서 성공한 SV엔젤 공동 설립자이자 헬스케어 투자펀드 '리팩터캐피털'을 만든 인물이다.

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삼성전자의 미국 내 투자 요구가 커지고 실질적으로 유럽보다는 기술과 인력이 풍부한 것을 고려하면 미국 거점 확대는 당연하다”면서 “삼성전자는 몇 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성공시키겠다고 선언한 만큼 삼성넥스트가 미국에서 반도체, 모바일, 가전 등 다양한 영역의 기술기업을 물색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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