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펜데믹으로 전세계 여행 산업이 전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로나 발생 후 월평균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9722명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인 작년 1월 103만명과 비교하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 아고다의 존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빠른 여행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솔루션을 활용한 정부 차원의 격리 체류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운 CEO는 “장기적으로 해외여행 회복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접종률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어 회복세가 더디다”면서 “우선 격리 숙박 시설 패키지를 선제 도입해 해외 여행객의 유연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고다의 국가격리 대체시설(ASQ) 프로그램은 입국 관광객이 정부가 임의대로 지정한 격리시설이 아닌 방역당국 검사를 통과한 호텔 중 선호하는 곳을 직접 선택해 투숙하는 제도다. 투숙 기간은 각 국가의 자가격리 기간에 맞춰 자동 설정된다.
격리 숙박도 체험의 품질을 높여 하나의 여행 패키지로 조성한다면 해외여행이 제한된 상황에서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구상이다. 현재 단기 체류 외국인 입국자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임시생활시설에서 14일 동안 격리 기간을 거쳐야 한다. 태국의 경우 격리 숙박 호텔과 골프 등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다수 출시해 관광객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브라운 CEO는 “한국도 백신 접종으로 격리의무가 해제되고 '트래블 버블'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ASQ 패키지를 통해 여행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재 태국, 홍콩 정부와 ASQ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해 관광 활성화에 나선 상태며 싱가포르 정부와도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이후 여행 수요의 급격한 변화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IT)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지원하는 민간 기업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고다는 여행 변화에 맞춰 셀프서비스 포털과 이지캔슬, 위생플러스 등 새로운 모델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는 여행이 회복되더라도 앞으로 변동성이 매우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운 CEO는 “코로나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예약과 출발일 사이의 리드타임이 매우 짧아졌고 예약 현황도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수요 변화를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미리 대비하는 것이 여행 수요 선점에 필수 역량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아고다의 머신러닝 솔루션은 전 세계에서 매시간마다 수억개에 달하는 데이터 포인트를 추적한다. 일례로 홍콩과 싱가포르간 트래블 버블 도입 발표 직후 여행 검색 수요가 14배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고 호텔 파트너사에 최적화된 프로모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 한국 고객이 호텔 예약 중 수영장과 키즈클럽 사진을 주로 클릭하는 것을 AI를 통해 인지하면, 분석된 데이터 기반으로 각 호텔에 관련 정보를 추가 게재할 것을 요청할 수도 있다.
브라운 CEO는 “코로나 펜데믹으로 글로벌 여행시장이 격변기를 맞았다”면서 “빅데이터와 기술을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레블테크 기업과 각국 정부 간 민관 협력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