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은 기후변화로 하천 식생이 크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7일 밝혔다. 과도한 식생 증가는 하천 변화로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천 식생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모래나 자갈, 물이 있어야 할 부분이 식생으로 덮이면 수상 생태계가 육상 생태계로 바뀌는 육상화 현상이 나타난다. 평상시 물이 흐르는 좁은 수로만 남겨두고 하천 전체가 식생으로 덮이게 된다.
홍수 시 물 흐름을 방해해 홍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2020년 큰 홍수가 발생한 섬진강 경우 조사대상 구간(고달교~구례교·22㎞) 56%가 식생으로 덮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천 식생은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경북 영주 내성천에서는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식생 면적이 16.5배 증가했다. 경기 여주 청미천은 2010년 이후 6년 동안 2배 증가했다. 건설연은 이런 현상이 댐 유무, 하천 규모나 위치에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건설연은 2011년 이후 급격하게 발생하는 식생 발생이 기후변화와 관계있다고 밝혔다. 1984년부터 2018년까지 35년 동안 전국 19개 지점 월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최근 7년(2012년~2018년) 월별 강우 발생 양상이 과거(1984년~2011년)와는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봄 강우량은 증가하는 반면 여름 강우량은 크게 줄어들었다. 4월 평균 강우량은 71.5㎜에서 93.2㎜로 30% 증가한 반면 5~9월 강우량은 모두 감소했는데 6월에는 161.2㎜에서 82.2㎜로 49% 감소했다.
여름철(5~9월) 강우량 감소가 하천 침수 시간을 줄어들게 해 식생 성장 조건을 조성했고 결과적으로 식생 증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결론은 일본 사례 분석으로도 증명됐다. 일본 중부지방 6개 지점 강우량을 분석한 결과 5~7월 강우량이 최소 10%, 최대 34% 감소해 우리나라와 같은 양상을 보이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에서도 하천식생 과다 발생이 큰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김원 연구원은 “하천 식생에 대한 전국적인 조사와 더불어 하천 식생을 조절해 원래 하천 모습으로 복원할 수 있는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강우 발생 패턴변화와 하천 수위 변화가 하천식생 발생에 미치는 영향'으로 응용생태공학회 논문집 Ecology and Resilient Infrastructure(2020.12.31.)에 게재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주요사업 '친수·환경가치 제고를 위한 하천관리 기술 개발(2017)'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