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중이온가속기 조감도. 사진출처=전자신문DB>

'단군 이래 최대 대형연구시설 프로젝트.'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에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무거운 원소인 우라늄을 빛의 속도 절반에 가깝게 가속해서 표적에 충돌시켜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원소인 희귀동위원소를 생성케 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과학 분야 연구를 수행하는 마법과도 같은 장치가 바로 중이온가속기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이른바 과학 선진국은 중이온가속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규모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을 앞다퉈 진행하고 있다. 실제 1980년대 이후 노벨 과학상 수상자 4명 가운데 1명은 가속기를 활용해서 과학적 발견을 이뤄 냈을 정도로 중이온가속기는 현대 기초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고, 신물질·신소재 개발과 암 치료 등 신산업 창출까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한 첨단 장비이자 연구시설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1년 총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이 대형 가속기의 구축에 야심 차게 뛰어들었다.

이 때문에 '전인미답(前人未踏)의 여정'으로도 불린다. 중이온가속기의 성패는 더 많은, 더 다양한, 더 희귀한 동위원소를 생성시켜서 이를 활용하는 연구에 어떻게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공적 중이온가속기 구축을 위해서는 최첨단 기술인 초전도 고주파(RF), 극저온기술 등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가속기 등 대형 가속기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다. 중이온가속기에 필요한, 특히 초전도 RF 기술 경험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기대도 컸지만 동시에 많은 우려도 있었음은 사실이다. 사업에 착수한 지 1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려는 상당 부분이 현실이 됐다.

그동안 세 차례의 사업 기본계획이 변경되면서 올해 말 사업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마저도 고에너지 가속 구간에 들어갈 가속관의 성능이 확보되지 않아 저에너지 가속 구간만으로 마무리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사업에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검토가 이뤄졌다. 사업관리 난맥상, 기술적 난제, 외적 요인 등 다양한 문제를 심도 있게 검토했다.

일정 지연과 예산 증액 등은 중이온가속기 선진국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우리 현실이 여러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정하게 됐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할 때다. 지난 10년 동안 사업단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못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여정을 멈출 수 없다. 아니 멈춰서는 안 된다.

우선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도 이 사업의 성공을 위한 지원에 부족함은 없었는지, 관리에 소홀함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정치권을 비롯해 이 사업의 이해관계자들도 이제는 사업 성공을 위해 본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보다 올해 12월을 목표로 한 저에너지 가속 구간의 빔 인출을 꼭 이뤄 내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고에너지 가속 구간 성공을 위한 기반도 착실히 닦아야 한다.

이제는 이 사업과 관련된 모든 이가 합심해서 함께 가야 한다. 그 여정의 끝에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모두가 가 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은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Photo Image
<남궁원 포항공과대 명예교수>

남궁원 포항공대 명예교수 won.namkung@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