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벤처 붐' 시대를 맞아 양적 확대에 맞춰진 정부 지원과 정책을 질적 제고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벤처업계는 '스케일업'과 '글로벌화'를 질적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로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제2 벤처 붐'의 안착을 위해 단기 부양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창업 중심적 지원책에서 벗어나 건실한 벤처 혁신 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은 12일 “미국, 중국, 인도 등 거대한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는 나라와 달리 우리는 시장이 협소해서 결국 벤처기업이 글로벌화를 이뤄야 경제 성장을 이뤄 낼 수 있다”면서 “대기업만큼의 글로벌 역량을 갖추지 못한 중소·중견 벤처기업을 위한 정부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창업 생태계에 외국 기업과 자본이 활발하게 투입되고 있다. 인수합병(M&A)은 물론 대규모 투자 소식도 들려 오고 있다. 업계는 역량 있고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 글로벌 자본이나 기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연결 비용을 줄여 주는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스라엘의 경우 주요 벤처·스타트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스타트업 네이션 파인더'(Startup Nation Finder)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부가 자국의 스타트업과 독일의 미텔슈탄트를 연결하는 글로벌 혁신 거래소를 구축하는 등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곽노성 혁신과규제연구소장은 “우리 강점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벤처·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지로 유럽, 동남아시아, 일본 등 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ICT 경쟁 속에서 이들 현지에 진출해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기술 강점이 있는 유럽과는 협력 파트너로, 동남아는 초기 시장 선점 차원에서 정책적 협력 방안을 끌어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 해외기업과 연계해 국내 벤처기업의 제품·서비스에 테스트베드 기회를 넓히는 한편 벤처기업 맞춤형 액셀러레이팅, 해외 마케팅 등의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

벤처 스케일업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은 물론 청년 고용문제 해결과도 궤를 함께한다. 2019년말 기준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벤처기업은 617개이다. 이들 기업의 종사자는 약 23만명으로, 재계 2위에 해당한다. 600개를 넘어선 천억벤처기업을 향후 10배로 늘린다면 신규 일자리는 산술적으로 200만개가 창출될 수 있다. 이는 '완전 고용'을 이룰 수 있는 수치로, 정부의 스케일업 정책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벤처 업계는 주요 스케일업 정책으로 △복수의결권 도입 △스톡옵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벤처 기업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유연근로제도 도입 △사업손실준비금 제도 도입 △고용증가율에 비례해 법인세 감면 혜택 부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많은 벤처 기업이 전문 인력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핵심 인력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톱옥션 행사 한도를 현 3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늘려 달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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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벤처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은 단순한 세제 지원이 아니라 국가 재정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벤처 붐 기회를 제대로 살려 '벤처강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