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車 공장 멈추는데 '노조 리스크' 커져…올해도 '첩첩산중'

“올해 협상도 쉽지 않을 겁니다. 적자를 내고 있는 회사 입장에선 무리한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본사를 설득할 명분도 없어요.”

한 외국계 완성차 업체 직원은 올해 임단협 상황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지난해 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 평균 공장 가동률은 실제 생산 능력의 절반에 못 미쳤다. 한국지엠 부평2공장은 55%,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은 46%에 머물렀다. 쌍용차 평택공장도 43%에 불과했다. 흑자를 내려면 공장 가동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지만 마이너 3사는 감산과 가동 중단을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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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 협상을 앞둔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공장 가동률 저하 위기 속에서 노조 리스크에도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반복되는 노사 갈등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는 3사에 심각한 경영상 리스크로도 작용하고 있다.

올해 가장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되는 곳은 르노삼성차다. 지난해 임단협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노사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 전면파업에 사측이 직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뒀다.

르노삼성차는 노조의 전면파업으로 이달 6∼7일 예정된 노사 본교섭이 결렬됐다. 현재까지 새 교섭 일정도 잡지 못했다. 노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벌였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과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기본급 동결과 격려금 500만원 지급을 제시하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기본급을 동결했다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기본급 동결은 임금 삭감과 같은 의미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이 태도를 바꿀 때까지 무기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앞서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6일 인천과 창원 등 일부 직영 AS 사업소를 폐쇄하겠다는 회사 방침에 반발하기도했다. 서울 도봉사업소를 무단 점거하고 전시장 앞에서 상복을 입은 채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790억원대 적자가 발생한 르노삼성차는 노조 파업으로 수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럽 수출을 시작한 뉴 아르카나(XM3)의 성공을 위해서는 노조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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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창원 도장공장 생산라인.

한국지엠 노사는 이달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한다. 올해 한국지엠 노사는 단체협약을 제외한 임금 협상만을 진행하지만, 노조가 단협 관련 내용도 요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난항이 예상된다. 7년 연속 적자에다 코로나19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에서 한국지엠 사측이 노조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협상에서 월 기본급 9만9000원 정액 인상과 성과급과 격려금 등 1000만원 이상 수준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할 전망이다. 지난해처럼 노사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 우려 해소를 위해 인천 부평 1·2공장과 창원공장 미래 발전 계획도 요구할 계획이다. 내년 7월까지만 생산 일정이 잡힌 부평2공장에는 내년 4분기부터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추가 물량 배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앞서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이 경남 창원과 제주의 부품 센터와 사업소 폐쇄를 추진하는 데 대해 반발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과정에서 총 15일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2019년에는 사측과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한 달 넘게 파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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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열린 회사 정상화를 위한 민·관·정 협력회의 모습.

회생 절차에 들어간 쌍용차는 올해 별도의 임단협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가 일방적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진행할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당장 노사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지 않았지만, 쌍용차가 최근 임원 수를 줄이고 조직을 통폐합한 것을 두고 노조원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그동안 보유했던 부품 재고가 동이 날 수 있는 상황에서 노사 분규로 추가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면 회사가 입는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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