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 외국계 완성차 3사의 지난해 영업손실이 85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보다 손실 규모가 2300억원 이상 늘며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자동차 시장 상황은 외국계 완성차 3사에 더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차량용 반도체 부족, 노사 갈등까지 격화하면서 회사 경쟁력 자체를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Photo Image
선적을 위해 대기 중인 한국지엠 차량.

◇외국계 완성차 3사, 지난해 모두 적자

전자신문이 한국지엠·르노삼성차·쌍용차 작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사 영업손실은 8459억원에 달했다. 전년(6123억원) 대비 적자 폭이 2336억원 확대됐다.

가장 크게 적자를 낸 기업은 쌍용차다. 쌍용차 영업손실은 2019년 2819억원에서 지난해 4493억원으로 커졌다. 매출은 3조6238억원에서 2조9501억원으로 6737억원 감소했다. 쌍용차 적자 심화는 판매 부진 탓이다. 지난해 내수 판매는 8만7888대로 10만대 벽이 무너지며 전년 대비 18.5% 줄었다. 수출도 부진했다. 지난해 수출 대수는 1만9528대로 28.8% 감소했다. 전체 판매 규모도 전년 대비 20.6% 줄어든 10만7416대에 그쳤다.

Photo Image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전경.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했다. 2019년 2112억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796억원의 손실을 봤다. 매출 역시 4조6777억원에서 3조4007억원으로 1조2770억원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수출 물량 감소가 실적에 큰 타격을 주며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내수 판매는 9만5939대로 전년 대비 10.5% 늘었지만, 수출이 2만227대에 그치며 77.7% 급감했다. 전체 판매량은 11만6166대로 34.5% 줄었다.

한국지엠은 7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9년 3304억원 수준이던 적자 폭이 지난해 3168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흑자를 내지 못했다. 매출은 8조4975억원으로 전년(8조4537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 한국지엠 판매량은 40만대 아래까지 떨어졌다. 내수는 8만2954대로 최악 실적을 낸 전년보다 8.5% 증가했으나, 수출이 28만5499대로 16.2% 감소했다. 전체 판매량은 36만8453대에 그쳤다.

올해 상황도 비슷하다. 3사의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량은 12만5964대로 작년 동기(14만290대)보다 10.2% 감소했다. 매년 1분기 기준 12만210대를 생산한 2004년 이후 17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Photo Image
쌍용차 평택공장 전경.

◇제품 경쟁력 저하, 판매 하락 악순환

외국계 완성차 3사의 판매가 하락하며 적자 폭이 커진 근본 원인은 제품 경쟁력 하락이 꼽힌다. 내수 자동차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와 기아보다 모델 변경 주기가 길다는 것이 최대 약점이다. 시장 요구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 제품 전략이 소비자의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계 완성차 3사는 제품군 숫자부터 경쟁사보다 현저히 적다. 한국지엠 쉐보레 주요 제품군은 스파크와 말리부,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트래버스, 콜로라도, 볼트 EV, 카마로 등 8종에 불과하다. 미국 본사로부터 수입해 판매하는 4종을 빼면 국내 생산 차종은 4종뿐이다.

Photo Image
르노삼성차 QM6.

르노삼성차도 제품군이 부족하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SM6와 QM6, XM3, 트위지 4종에 불과하다. 르노 브랜드 제품인 캡처, 마스터, 조에 등을 수입·판매하고 있으나 수입차의 한계로 판매량이 높지 않다.

쌍용차는 레저용 차량(RV)을 중심으로 6종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티볼리와 코란도, 렉스턴 스포츠, 렉스턴 4종이 주력 차종이다. 나머지 티볼리 에어와 렉스턴 스포츠 칸 2종은 기존 모델 길이를 늘인 가지치기 차종이다. 렉스턴 스포츠가 픽업트럭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으나 나머지 차종은 동급 모델 경쟁에서 우위에 서지 못하고 있다.

Photo Image
쌍용차 렉스턴 스포츠 칸.

단순히 제품 숫자만 적은 것은 아니다. 4~5년마다 완전변경 모델을 선보이는 현대차나 기아와 달리 3사는 모델 변경 주기가 2~3년 이상 길다. 본사와 독립적으로 신차 개발을 추진할 수 없는 특수성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스펙을 반영한 제품을 적시에 출시하지 못하는 이유다. 한 종의 신차를 내놓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수천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3사의 경우 판매 규모가 적은 내수 시장을 타깃으로 신차를 내놓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올해 실적 전망도 암울

외국계 완성차 3사의 2분기 이후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와 반도체 수급 불안정 등 각종 악재로 가중된 경영난에 노사 갈등까지 겹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적 반등을 꾀할 신차나 수출 계획도 부진하다.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차는 올해 본사로부터 신차 배정 물량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작년 1분기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한국지엠은 올해 1분기 생산이 4.1% 증가했지만, 반도체 부족으로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을 절반만 가동하면서 3월 생산량이 작년보다 25.0% 줄었다.

Photo Image
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르노삼성차는 내수 판매와 수출 감소로 생산라인 근무를 주간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1분기 생산이 작년 동기 대비 32.5% 감소했다. 르노삼성차는 유럽 현지에서 XM3가 긍정적 반응을 얻으면서 물량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보고 6월부터 2교대 근무로 다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노조 반발에 부딪혔다.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게 된 쌍용차는 코란도 전기차 등 계획했던 신차 출시에 차질을 빚고 있다. 쌍용차는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개를 반복한 탓에 1분기 생산량이 작년보다 28.8% 감소했다. 새 주인 찾기에 실패하면서 앞으로 실적 개선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3사가 올해 들어 부품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휴업이나 노조 파업 등을 이유로 감산에 들어가면서 2분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면서 “현재 상황을 타개할 신차도 경쟁사보다 크게 부족해 당분간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