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답 없는 '부동산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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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여름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오피스텔을 구매한 지인이 세금을 고민하다 '임대사업자'가 됐다며 노하우를 건넸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자신이 구매한 오피스텔은 신혼부부에게 월세로 내줬다. 무주택자 신분이 된 지인은 같은 오피스텔 다른 층으로 전셋집을 구해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들어갔다. 전세대출금 이자는 임대한 집에서 나온 월세로 충당했다. 당시 취득세 1500만원가량을 아낄 수 있었다. 물론 4년 동안 매매는 금지됐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임대사업자 등록을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집 근처에 있는 관악구 신림동 현대아파트로 향했다. 2억원대 후반이던 공급 면적 46.39㎡(약 14평)의 아파트(방 1, 거실 1)가 3억원 초반대로 뛰어올라 있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는 임대사업자가 소형평수 아파트를 싹쓸이해 갔다고 말했다. 정부는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며 계속 정책을 내놨다. 선택의 기로에서 시장이 아닌 정부를 믿었다. 지금 그 아파트는 실거래가 5억원을 넘었다.

임대사업자 정책은 과도한 혜택으로 말미암아 너도나도 임대사업에 뛰어들게 했다. 결과적으로 매물 잠김 현상을 만들었고, 이는 아파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책은 지난해 폐지됐다. 지금 정치권은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를 논의하고 있다. 정책 일관성 부재의 대표 사례다.

청약으로 눈을 돌렸지만 가점이 20점대 초반으로 형편이 없었다. 거기에 부모님이 만 60세를 넘기 전까지는 함께 거주하면 유주택자로 분류돼 청약할 수 없었다. '위장 전입' 유혹은 컸다. 이 때문에 어머니가 60세를 넘겼을 때야 비로소 세대주를 변경해서 청약에 지원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실수요자 대출 규제를 막는 정책은 쏟아졌다. 총 25번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정말 부동산만큼은 정부가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책 '문재인의 운명'에는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은 너무 아픈 기억이어서 부동산만은 반드시 두 번 실패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임기 5년 차를 맞아 실패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가 시작된다. 1금융권 대출을 줄이면 실수요자는 '영끌'을 위해 2금융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설 곳이 더욱 좁아지고 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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