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 백신의 지식재산권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백신 생산 증가 기대감이 커진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경제 부양을 위한 미국구조계획 이행 상황에 대한 연설 후 취재진 문답에서 자신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 대표는 이날 “코로나19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코로나 백신의 지재권 적용을 면제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백신 지재권 적용을 면제한다는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개발한 제약사가 백신에 대한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고 복제약 생산을 허용한다는 의미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를 겪는 가운데 백신 공급이 확대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자국 제약사를 의식한 상당수 선진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크고 해당 제약업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특허권 행사를 포기한다고 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기술과 설비 노하우를 경쟁사에 모두 공개하거나 알려주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고 같은 백신을 단기간에 생산하기도 어려운 만큼 업계에서는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관련 논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지금 국제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수급의 형평성 제고와 접근성 강화를 위해 지재권 유예에 대한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최근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로 현재는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진행 과정을 살피며 업계와 대책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 팀장은 일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백신 특허 유예 지지 기조에 관해서는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제안하고 지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입장은 실질적인 효과와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백신 지재권 면제 조치에 따른 국내 생산량 증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정밀한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계속 모니터링하며 대응해나가겠다”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현재 국내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백신의 위탁생산이 진행되고 있고 러시아 백신도 최근에 위탁생산 계약이 체결됐다”면서 현재 국내 백신수급 전망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