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정책이 우왕좌왕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 목소리 모두 다르다. 심지어 여당과 야당 내에서도 입장이 갈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암호화폐 관련 발언이 청년세대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 이후 여론 눈치만 살피는 형국이다. 정작 필요한 정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보조를 맞춘다는 원칙론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따른 피해자 보호는 필요하지만 제도권을 포함한 과세 문제와 관련해선 속도보다 방향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급한 불부터 끄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도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논의해 보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민의힘은 “정무위원회 및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위원과 암호화폐 관련 전문성을 갖춘 의원 중심으로 TF를 구성해서 관련 제도 수립, 과세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론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논의에 진척이 없다. 아직 주무 부처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급기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특금법을 거론하며 “금융위가 소관하는 법률이어서 가장 가까운 부처는 금융위가 아닌가 싶다”면서 “이를 토대로 주무 부처를 빨리 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얽히고설킨 암호화폐 논란의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여론을 의식해서 두루뭉술한 입장만 반복한다면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과세 방침은 법으로 정해진 상태다. 여론도 대체로 과세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내년부터 암호화폐 세금을 부과에 대해 53.7%는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반대한다'는 38.3%였다. 찬성이 반대보다 15.4% 높았다. 수익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준이 재확인된 셈이다. 남은 과제는 법적인 지위다. 이제는 명확하게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 세금을 내는 자산으로 인정한다면 법적 지위도 마련해 줘야 한다. 지금은 공허한 논쟁보다 확실한 원칙을 세울 때다. 늦어질수록 국민 공분만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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