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실에 발목 잡히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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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교육과정 개정을 두고 야단이다. 최근 기본계획을 발표하자마자 교사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총론 비판과 함께 어김없이 각 단체의 현실과 입지를 고려한 비판이 곁들여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학습자 주도의 개별화 교육과정이 오히려 경쟁을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민주시민교육 별도 교과화 추진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미래 역량을 위한 것인지를 따지기보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지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이 없겠지만 교육만큼 현실에 발목이 잡히는 분야도 없다. 교육과정 개정이 얼마나 힘겨운 싸움을 겪게 될지 예상되는 대목이다. 교육부는 이번 교육과정은 어느 때보다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정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소통 활동을 활발히 해야 할 개정위원회의 명단 공개 여부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하니 이 때문에 혁신을 포기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징후가 보인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인 인공지능(AI)이 전면에 나서야 하지만 이를 교과화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AI 활용을 내세웠는데 교사를 보조할 교육서비스의 활용 측면만 강조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AI가 자기 수준에 맞춰 제시하는 문제를 푼다고 해서 AI 활용 능력이 길러지지는 않는다.

AI뿐만 아니다. 교육과정이 앞으로 변화되는 사회를 얼마나 반영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내용이 구체화한다면 교사단체에 그치지 않고 각계각층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범위 논란처럼 과학 교육을 축소라도 한다면 과학계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어떻겠는가. 국어는 말할 것도 없다. 새로 각광 받는 분야는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기존 과목들은 이를 지키려고 다툴 것이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교육부는 사실상 대한민국 전 사회를 대상으로 싸워야 한다. 그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혁신에 진통은 따르기 마련이다. 예고된 진통이다. 진통을 두려워하면 혁신은 불가능하다. 반발에 부닥쳐서 혁신을 포기한다면 미래는 현재와 다를 바 없다. 모두가 앞서가는데 제자리를 걷는다면 후퇴하는 것과 같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아이들이 홀로 20세기에 남겨지지나 않을까 두렵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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