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술(IT) 개발자의 몸값이 많이 뛰었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IT서비스 기업까지 우수 인재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업계 화두가 되면서 전통 굴뚝기업까지 IT 인재를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우수 IT 개발자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 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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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난해 입사를 결정한 IT 개발자에게 급여 외에 수천만원을 '사이닝 보너스'로 줬다. 게임사 크래프톤과 엔씨소프트는 개발 직군 인력 연봉을 올해 1000만원 이상 올렸다. 카카오는 직원들에게 자사주를 나눠 주기로 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개발직군 이직자에게 전 직장 연봉의 1.5배를 준다. 대기업 SSG도 최근 개발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 이탈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신입 개발자의 연봉으로 6000만원을 책정한 회사도 있다.

이공계 우수 인재가 대접받는 일은 환영할 만하다. 의사나 공무원에 이공계 인재가 몰리지 않고 기업에서 개발과 도전에 나서는 것은 국가 전체로도 이득이다.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서라도 IT 두뇌로 먹고살아야 하는 나라다.

IT 인재가 대접받는 것은 반갑지만 그림자도 생겨나고 있다. 사회에 나오는 IT 인력은 부족한데 수요는 크게 늘면서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넥슨 등 인지도 높고 경영 실적까지 좋은 회사에서 인력을 빨아들이다 보니 중소벤처기업과 업력 짧은 신생기업은 인력난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이 능력을 발휘할 만할 때 더 큰 회사로 이직하는 일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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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을 징검다리로 쓴다'는 불만도 나온다. 이른바 '우수 인력의 부익부 빈익빈'이다.

우리 정부는 청년 창업 활성화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사상 최대의 투자 자금이 투입되고, 정책 지원도 역대급으로 좋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구도에서 신생 벤처기업은 원하는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창업지원 정책의 한 부분에 스타트업이 우수 인력 확보를 지원할 방안을 포함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에만 인력 수급을 맡겨 둬서 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우선 중소벤처기업부가 스타트업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활성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작은 기업이지만 열심히 일하면 충분한 보상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스톡옵션 발행 조건 완화와 세제 지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벤처기업에 인력을 공급할 추가 대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학교 외에 별도의 집중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 현장에서 요구하는 인력을 단기간에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면 한다. 신생기업에 병역특례 개발자 활용 범위를 늘려 달라는 업계의 요구도 있다. 퇴임한 대기업 경력자가 중소기업으로 전직해서 활동하기 쉽도록 취업 제한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목소리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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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적으로는 여러 부처가 합동으로 국가산업 구조를 토대로 IT 개발 인력양성 계획의 큰 틀을 재점검해야 한다. 교육과 노동, 과학기술, 산업 등 여러 부문을 연계한 큰 그림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과 현장이 요구하는 인력이 사회에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