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사 불공정거래 반발에도 정책지원 '굳건'
국적 원양사 1분기 영업익, 작년 합계 넘어설 듯
선복량도 한진해운 파산 전 수준까지 회복
문 대통령 "다시는 부침의 역사 반복 않겠다"

#우리나라 해운업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발맞춰 진행된 해운재건 계획대로 되살아났다. 국적 원양선사인 HMM은 해운 운임 상승 수혜를 고스란히 입으며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복량은 빠르게 회복해 한진해운 파산 이전과 맞먹는 수준까지 회복했다. 정부가 세계 해운업계 반발에도 해운 지원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되살아난 해운업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MM은 작년 9808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작년 전체 영업이익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수적으로 잡은 시장 예상치도 7460억원에 이른다.

다른 국적 원양선사인 SM상선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1분기 시장 예상 영업이익은 1200억원 이상이다. 작년 1~4분기 총 영업이익 1206억원과 맞먹는다.

해운업계 호실적 배경으로는 가파르게 오른 해운 운임이 꼽힌다. 상하이쉬핑익스체인지와 한국관세물류협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6일 기준 2833.42로 전주 대비 181.30포인트(P) 상승했다. SCFI는 컨테이너 운송 15개 항로 운임 종합 지수다. 2020년 6월 12일 1015.33으로 첫 1000선에 진입했고, 같은 해 11월 27일 2048.27로 2000선에 안착한 이후 줄곧 올랐다.

SCFI 강세는 선적 공급을 앞서는 수요 때문이다. 주요 선사들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 조절에 나섰지만, 미국과 유럽 등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맞물렸다. 미국에선 항만 근로자 채용에 애를 먹으면서 선박 정체와 하역 작업 지연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의 대아시아 최대 교역로인 로스앤젤레스(LA) 항구 선박 적체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컨테이너 부족 현상이 유럽 등 노선까지 확대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는 상황”이라면서 “적어도 상반기까지 운임 강세에 따른 견조한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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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현 상황 밑거름

해운업계가 운임 강세 과실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 덕분으로 분석된다. 선제적으로 선대와 선복량(적재능력)을 키운 결과, 같은 운항에도 더욱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8년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 주된 내용은 초대형컨테이너선 등 200척 발주 및 중소선사 지원 확대 등이다.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한 것이다. 금융 지원 등도 뒤따랐다. 이 과정에서 유럽 선사들은 우리 정부의 해운업계 지원에 대해 불공정 거래 행위라며 집단 반발했다.

하지만 HMM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2018년 9월 초대형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고, 이 중 12척을 2020년 4월부터 유럽항로에 투입했다. 특히 이 시기 세계 3대 얼라이언스(해운동맹) 가운데 하나인 '디(THE) 얼라이언스' 정회원사로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디 얼라이언스 회원사들과 화물을 공유하고,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게 된 것이다. HMM은 2015년 2분기 이후 21분기 만인 작년 2분기 첫 흑자 전환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 시행 3년 만에 성과가 가시화한 셈이다.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파산 직후 HMM과 SM상선은 6000~9000TEU급 선박을 활용해 미주 지역 운항을 했다”면서 “규모의 경제와 얼라이언스 카르텔을 앞세운 유럽 선사들과 경쟁 자체가 안됐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해운업계는 정부 지원을 받아 선박을 대형화하고 선복량을 키울 수 있었다”면서 “이후 HMM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할 수 있었고, 현재 높아진 운임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선 정부가 작년 말 컨테이너박스 태부족 당시 드라이 및 냉동 컨테이너박스 구매를 자금 지원한 것도 해운업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계 5위 해운강국' 끝까지 지원

문 대통령 임기와 함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는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위해 정책 지원을 끝까지 지속한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앞서 문 대통령은 작년 4월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초대형컨테이너선 명명식에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이라면서 “다시는 (해운업에 대해) 부침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 말까지 원양선사 선복량을 105만TEU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과 같은 규모다. 현재 원양선사 선복량은 올해 3월 기준 80만TEU로 한진해운 파산 당시 46만TEU보다는 늘었으나 '메가캐리어(100만TEU)'에는 못 미친다.

특히 정부는 HMM이 검토 중인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발주도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MM이 올해 상반기 인도 받을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합치면 선복량은 108만4000TEU까지 늘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이후 글로벌 물류망 안정화 등으로 해운 시장 환경이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국해양진흥공사 중심으로 중소선사 지원을 확대하고, 국적 원양선사 신조 발주 등을 지원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