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탄소중립 등 세계적인 에너지전환 흐름에 동참하기 위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과 더불어 지역 주도의 분산에너지 시스템도 구축해야 한다. 전력구성에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원전이나 석탄발전 같은 한 곳에 밀집된 대형 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기존 전원체계 작동은 최소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대량으로 전력으로 소비하는 시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다량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 중심 인프라면서 산업경쟁력까지 직결될 수 있는 시설이다.
하지만 에너지정책 관점에서는 전력을 대량으로 소비해 전력계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로 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분산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데이터센터 등에 '계통영향평가제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에너지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도 기본적으로는 분산에너지 시스템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에너지 생산이 많은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 계통을 활용해 먼 곳에서 전력을 끌어와야 하는 문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이미 전력을 많이 쓰는 첨단산업이 밀집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까지 입주하면 수도권에 전력을 지나치게 많이 공급해야 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수도권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 등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시설이 이미 있다”면서 “전력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위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급적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 인근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인재 유치가 힘든 현실을 감안하면 업체에게 지방 이전을 강요할 수도 없다. 이 상황에서는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와 열병합발전소 등 다른 분산 전원을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수열에너지 등 기존에 잘 쓰이지 않던 전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유 교수는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일정하게 많은 양의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간헐성이 많은)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만도 힘들다”면서 “수열에너지를 활용하고 화석연료도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분산에너지 시스템이 전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를 같이 맞춰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수도권은 열병합 발전소나 연료전지 등을 분산전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전력공급과 계통상 이유로 업체가 지방에 불가피하게 전력 다소비 시설을 세워야 할 때에는 인센티브 등 업계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계통영향평가제도 도입 시 이 같은 업계 지원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체가) 지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원 방안도 있어야 한다”면서 “이 부분을 여러 방향에서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