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백화점이 결재판을 없애고 비대면으로 모바일 통해 결재 문서를 대체하는 사내 보고 문화 혁신에 나선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MZ세대 직원을 위해 형식 위주의 대면 보고 방식에서 벗어나 '비대면 보고 문화'를 구축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은 2만여 개의 결재판을 폐기하고 이달부터 사내 온라인, 모바일 그룹웨어 내 새로운 방식의 전자결재 시스템인 '간편 보고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간편 결재'와 '보고톡'으로 구성된 '간편 보고 시스템'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 능한 MZ세대 직원들을 위해 기존 PC는 물론, 모바일을 통해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간편 결재'의 경우, 품의서나 내부 공문, 근태원 등 기존에 사용되던 결재 문서 양식 대신 5~6줄의 간단한 문장만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간편 결재 버튼을 누르면, 일반 메신저의 '쪽지 보내기' 기능처럼 결재 받을 사람과 제목, 내용을 적는 입력창만 열린다.
불필요한 내용을 넣지 않고, 핵심이 되는 내용만 입력하면 되기 때문에 보고 문서 작성에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간편 보고 시스템 도입으로 460여개 기존 보고서 양식을 간편 결재로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업무 시간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업무 내용을 비대면으로 보고하거나 공유할 수 있는 '보고톡' 기능도 도입한다. 결재가 필요 없는 내용 등을 일과시간 중 팀 내에 전달하고 공유하는 일종의 '팀 공유 대화방'으로, 전달된 내용에 대해 수시로 공유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전체 직원의 약 80%가 MZ세대인 만큼, 보고에 대한 부담을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직원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의도도 담겼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보고 문화 개선은 기존 탑다운(하향식) 방식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MZ세대가 기탄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바텀업(상향식) 방식 기반의 수평적 조직문화로 나아가기 위한 첫 단계”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간편 보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대면 보고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모든 전자결재 방식을 간편 보고 시스템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