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 원료~완제품 수직계열화
韓 핵심소재 점유율 한 자릿수 그쳐
소부장 기업과 합리적 공급 계약 등
LG·삼성·SK '국산화 협력' 목소리
K-배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장 변화에 발맞춰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와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유럽과 미국이 배터리 공급망(SCM)을 자국 중심으로 전환해 전기차 시장을 육성하면서 우리 기술 노하우 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시장에서 전해액을 제외한 한국의 시장점유율(수량 기준)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글로벌 전해액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10% 수준이다. 전해액은 배터리 내부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소재다. 국내에서 엔켐, 동화기업, 솔브레인 등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K-배터리' 3사에 전해액을 공급한다.
분리막 점유율은 8.4%를 기록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전극간 물리적 접촉을 막아 화재 위험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SK이노베이션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습식 분리막 시장에서 일본 아사히 카세이를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올리는 양극재는 7.5%에 불과했다. 벨기에 유미코아, 일본 스미토모 등 글로벌 화학 소재 대기업과 엘앤에프, 코스모신소재,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비엠 등 국내 기업들이 하이니켈 양극재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과 올해 초 세계 최초로 니켈 90% 하이니켈 양극재를 전기차 배터리에 적용했고, 코스모신소재는 하반기 니켈 80% 이상 하이니켈 양극재를 상용화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양극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화율이 가장 취약한 음극재의 글로벌 점유율은 5.7%에 그쳤다. 포스코케미칼이 글로벌 음극재 시장에 가세하고, 대주전자재료가 실리콘 음극재로 LG와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같이 국내 기업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중국 등이 소재 원료에서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춰서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소재 국산화를 위해 K-배터리 3사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 일괄 생산이 가능한 만큼 이미 유리한 가격 결정권을 갖췄다. 그러나 소재 기술 기술력은 한국이 앞서 있어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소재 기술이 해외 업체에 이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산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배터리 부품·장비 업체 간 협력도 필요하다. 스웨덴 노스볼트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국내 배터리 전극 장비 및 조립 장비, 후공정 장비 업체와 일괄 공급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배터리 장비 A사는 노스볼트와 미팅을 위해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파우치, 원통형 배터리 장비를 만드는 B사는 노스볼트에 공급할 각형 배터리 장비 개발을 완료했다.
일각에서는 배터리 장비 계약 협상 과정에서 중요 배터리 정보의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인력이 노스볼트로 넘어간 바 있으며 최근 배터리 양산에도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배터리 장비 업계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는 한국산 장비의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라면서 “배터리 3사와 국내 소부장 기업간 합리적 공급 계약 구조를 바탕으로 신규 장비 개발을 강화하고, 해외 수출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