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카카오T vs 티맵+우버 연합…모빌리티 공룡 대격돌

카카오T, 차량호출 시장 80% 점유
티맵, 우버와 합작사 '우티' 출범
자금력 앞세운 플랫폼이 시장 견인
경쟁 격화에도 서비스 차별성 없어

모빌리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티맵모빌리티가 우버와 손을 잡으면서 카카오모빌리티와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 익숙한 서비스만 이용함에 따라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은 힘들어지고 있다. 이를 넘어설 혁신 서비스는 없다. 규제당국이 새로운 형태의 모빌리티 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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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MaaS 플랫폼 '카카오T'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구글로부터 565억원을 투자받는 등 자타공인 국내 최대 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MaaS) '카카오T' 가입자는 2800만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2015년 일반택시 호출과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를 선보이며 차량 호출 시장에 먼저 진출했다. 이듬해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 기반이 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출시했고 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도 선보였다.

카카오는 2017년 사업부문을 분할해 독립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출범시켰다. MaaS 플랫폼도 같은 해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을 포함한 모든 이동 수단을 하나의 플랫폼에 담으려 하고 있다. 개인용 교통수단(PM)인 전동 자전거와 대중교통인 버스와 기차 예매 서비스까지 추가했다. 출발지부터 목적지까지 이용할 모든 교통수단을 통합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T는 이미 시장 우월적 지위를 확보했다. 차량 호출 시장 점유율은 80%를 웃돈다.

서울시가 발표한 '2020년 택시 서비스 시민 만족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950명 중 83.7%가 카카오T를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마카롱 택시(12.1%), 우버 택시(9.9%), 온다 택시(6.0%), 반반 택시(1.3%)는 물론 2위 T맵 택시(38.7%)와도 격차가 크다.

소비자가 카카오T로 몰리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기사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택시기사 39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98%가 카카오T를 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 T맵 택시는 55.2%, 온다 택시는 20.5%, 반반 택시는 7.6%, 마카롱 택시는 1.3%로 나타났다.

◇'티맵+우버' 연합, 구독형으로 승부수

카카오모빌리티 대항마로 떠오르는 곳은 '티맵+우버' 연합이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가 우버코리아와 손을 잡고 합작사 '우티'를 출범, 조만간 차량 호출 서비스를 포함한 MaaS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티맵 택시는 시장 2위 차량 호출 서비스다.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 카풀 서비스로 택시기사들과 갈등을 빚을 당시에 급성장했다. 우버코리아는 2015년 국내 사업을 철수한 지 6년 만인 올해 초 '우버택시' 서비스를 내놨다. 티맵모빌리티와 협력해 국내 시장에 재도전한다.

우티의 핵심 경쟁력은 구독 모델로 예상된다. 렌터카, 차량공유, 단거리 이동수단, 주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묶어 할인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SK그룹 계열사인 SK렌터카와 지주사 ㈜SK가 2대주주로 있는 차량공유 업체 '쏘카', 공유킥보드 업체 '씽씽'과도 협업 논의가 기대된다.

티맵+우버 연합은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MaaS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전망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주 국내외 사모펀드(PEF)로부터 4000억원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출범한 지 반년도 되지 않았지만 기업가치는 이미 1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3조4000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혁신 서비스는 부재…“규제 낮추고 경쟁시켜야”

사업자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서비스 간 뚜렷한 차별점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력만 있다면 사업을 확대해 MaaS 플랫폼을 구축하는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파괴적이며 혁신적 모빌리티 서비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규제를 적극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이미 국내에선 '혁신'을 내세웠던 모빌리티 서비스가 규제에 가로막혀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있다. '우버X'와 '타다'가 대표적이다.

우버는 2013년 한국에서 개인차량으로 유상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X'를 시작했지만 여객자동차운수법 위반으로 2년 만에 접었다. 일반인도 일정 자격만 갖추면 영업이 가능했다. '피크타임 요금제' 등을 통해 유상운송수단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결할 수 있었으나 시장에서 퇴출됐다.

쏘카의 자회사 VCNC도 고배를 마셨다. 2018년 기사 포함 승합차 렌터카 서비스 형태의 운송서비스 '타다'를 내놨다. 하지만 이를 막는 법안이 지난해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을 이어가지 못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버, 타다 등이 서비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여러 복수의 플랫폼이 경쟁하는 시장을 만들었어야 했다”며 “현재는 자금력이 있는 플랫폼이 시장을 이끌어가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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