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불수사도북

등산인이 꼽는 우리나라 최고 종주 코스를 들라면 지리산 화대 종주, 설악산 종주, 덕유산 대종주가 거론된다. 그러나 숨겨진 종주 코스가 하나 더 있다. '불수사도북'이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등 이른바 서울의 강북 5개 산 앞글자를 땄다. 거리만 46㎞에 이르는 험한 코스로 유명하다.

많은 산악인이 불수사도북에 도전한다. 이 종주 코스를 최고로 꼽는 이유로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집에서 가까운 서울에 위치해 있는 산이어서 접근성이 좋다. 두 번째는 등산하다 도저히 종주하지 못하더라도 곧장 포기가 가능하다. 중간에 종주를 포기해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뛰어난 절경이다. 서울 절경을 느림의 미학으로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항상 우리가 있는 곳이지만 멀리 한쪽에 떨어져서 관망할 수 있는 비경을 선사한다.

불수사도북 종주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와 닮았다.

정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 2주년을 맞았다. 이 제도는 엄격한 금융 규제 환경을 한시적으로 풀어 혁신 아이디어와 기술이 시장에서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최대 4년 동안 규제 적용을 면제해 준다. 지난 2년 동안 139건에 이르는 혁신금융서비스가 지정되고, 78건의 서비스가 시장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 누적으로는 총 108건의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으로 있다.

정부가 혁신 기술 사업자에 입산 금지를 풀어 주고 마음껏 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셈이다. 물론 중간에 탈락자도 많이 나올 것이다. 실패해도 종주에 재도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좀 더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종주 코스 중간인 사패산에서 도봉산으로 걸어가다 보면 Y계곡이라는 아찔한 코스가 나온다. 위험한 절벽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그 절벽을 건너면 멋진 경치를 감상할 기회와 도봉산 정상을 밟을 권리가 주어진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2년이 흘렀다. 많은 사업자가 Y계곡 앞에 섰다. 정부가 손을 내밀어 Y계곡을 통과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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