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부터 비트코인을 포함한 다수 가상자산 시세가 10~50% 폭락을 보이는 가운데 장기적으로는 비트코인 가격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금과 시가총액을 비교할 때, 현재 대비 여전히 최소 5배 이상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8일 글로벌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과 국내 가산자산거래소 고팍스는 '비트코인&이더리움 가치평가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 적정가치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상대가치 평가법을 적용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는 금융자산, 현금, 금과 비트코인 지표를 비교해 가치를 역산했다. 억만장자로 유명한 헤지펀드 매니저 폴 튜더 존스가 매긴 가치저장 수단 점수표에서 비트코인은 구매력, 신뢰도, 유동성, 휴대가능성 기준으로 총점 43점을 기록, 금융자산(71점), 현금(54점), 금(62점)과 비교해 가장 낮은 가치저장 수단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는 비트코인의 점수가 낮게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대보다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점수표가 작성된 지난해 8월 기준 금의 시가총액은 약 12조달러(약 1경3423조원)에 달하는데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약 2000억달러(약 223조원)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폴 튜더 존스는 “비트코인의 총점은 금의 60%인데, 시가총액은 금이 비트코인의 60배나 된다”며 “가격이 적정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달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돌파, 8개월 만에 5배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금 시가총액의 12분의 1에 불과해 폴 튜더 존스가 주장하는 적정가치 7조2000억달러에 도달하기까지 한참 남아있다고 봤다. 다만 보고서는 “존스의 전제와 논리를 활용하면 비트코인 적정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비교 대상 자산들의 진정한 보완재나 대체재가 되려면 보급률과 사용률, 일반 대중의 신뢰, 명확한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첨언했다.
비트코인 수요와 공급에 기반해 적정가치를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비트코인은 1~3년 동안 한 번도 트랜잭션이 없었던 '보관자'의 지갑 보유분과, 최근 90일 동안 트랜잭션이 있었던 투기자의 보유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보관자 비트코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보관자 비율은 2018년 10%대에서 점진 증가해 2020년 8월에는 35%를 돌파하며 보관량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추세는 최근까지 이어져 지난달 25일 기준 거래소 밖으로 순유출된 비트코인의 총 개수도 1365개로 올해 들어 최대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비자, 스퀘어, 페이팔 등 결제업체들이 잇따라 비트코인 구매나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수요 측면에서 호재다. 실제로 하루동안 비트코인 거래에 참여한 지갑 주소 전체 숫자를 의미하는 일일활성화주소(DDA) 지표 역시 이달 기준 109만개를 넘어서면서 2017년 기록을 경신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