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테크노파크, 비대면 좌담회 개최…'AI + 제조·신산업 생태계 구축' 제시
정부는 지난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 규제 시행 한 달여 만에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제조업 혁신 전면에 소재·부품·장비(소부장)를 내세운 것이다.
이후 지방자치단체도 정부 정책에 부합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았다. 경기 용인(반도체), 충북 청주(이차전지), 충남 천안(디스플레이), 전북 전주(탄소소재), 경남 창원(정밀기계) 등 산업부 소부장 특화단지에 선정된 지자체 외에도 광주시와 전남도는 각각 지역특성에 맞는 소재·부품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특히 광주시는 광주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신산업 발굴·육성과 선도를 위한 소재부품 역량강화 기반을 마련하고 밸류체인을 강화하기 위한 '광주형 소재부품산업 육성계획'을 마련했다. 지역 소재부품 전문 기업을 적극 발굴·지원하고 소재부품 중심 산업 구조를 강화해 2030년까지 지역 소재부품 생산 비중을 41.1%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지역 주요 생산·수입 품목 등을 고려하여 유망품목을 발굴했다. 이를 중심으로 소재부품의 공급망을 강화는 방안으로 선도(대형)프로젝트를 통해 고효율 모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소재 연구기반' 구축, '호남권 첨단의료복합단지' 구축 등을 연계할 예정이다. 소재부품지식산업센터도 유치해 지역 소재부품 산업생태계 기반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광주테크노파크는 소재부품산업 전문가를 초청해 광주형 소재부품산업 육성 계획과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운섭 광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사회)
백종협 한국광기술원 선임연구본부장
손현택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스마트모빌리티소재부품연구그룹장
이준 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
◇사회(김운섭 광주테크노파크 정책기획단장)=이번 간담회는 지역 산업구조상 취약한 소재부품 산업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하고 산업·경제의 지속가능을 위해서 소재부품 연관 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등 산업관계자의 소재부품 중심 사고·관점·전략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했다. 일본의 갑작스런 수출규제에 대응해 공급망 안정성 확보, 소부장 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다양한 소부장 정책이 발표되고 실행되고 있다. 현재 소재부품 산업의 정책·기술 등 국내 현황과 대·내외 소재부품산업 흐름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이준(산업연구원 소재산업실장)=2001년 '부품·소재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됐으며 일본 수출규제 이후 공급망 안정화 및 소부장 생태계 강화를 위해 두 차례 범정부 대책이 발표됐다. 법적 기반 강화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전면 개정된 바 있다.
2001년부터 2019년까지 기술 개발을 위해 투자된 정부재정 규모는 총 4조3000억원이다. 기반 구축 등을 포함한 전체 투자 규모는 5조4500억원이다. 2020년 이후 두 차례의 소부장 정책을 통해 2022년까지 5조원+α를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속적 투자에 힘입어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품질, 신뢰성, 생산기술, 신제품응용기술 등의 수준은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미래 산업·기술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고 다양한 R&D 체계 미흡으로 미래 분야에 대한 기술확보는 아직도 정체된 상황이다.
'중간재' 라는 산업적 특성으로 인해 기업의 글로벌밸류체인(GVC) 전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소부장은 최근 그간 GVC 확대를 촉진했던 자유무역 기조가 점차 약화되고 각국이 제조업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산업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대외 의존도와 GVC 참여 수준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는 지난 2년 간 일본 수출규제, 코로나19 등 우리 공급망에 위해를 가하는 외부 충격을 연이어 경험하면서 공급망 리스크 관리와 재편이 기업·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등 기술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이를 위한 첨단 소부장의 산업적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국의 기술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백종협(한국광기술원 선임연구본부장)=미·중 갈등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가 각국에 연쇄반응으로 확산되면서 전략물자에 대한 관리가 엄격해졌다. 우리나라도 일본 소재수출 규제를 계기로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 걸쳐 소재부품의 배타적 수급 상황은 없는지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소부장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소부장 경쟁력 강화위원회 중심의 체계적 지원체계를 수립했고 예비타당성 조사사업이나 부처협업 사업 등 대규모 R&D 사업을 착수했다. 또한 지자체도 지역 특성에 맞는 소부장 발전전략을 마련하는 등 범국가적 대응체제가 마련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향후 소재부품 기술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기술 종속을 탈피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일례로 최근,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가 일어나자 미국과 중국에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 내재화 전략을 마련하는 등 앞으로는 승자독식 구조가 깨지고 국가간 기술쇄국 정책이 강화될 것 같다.
◇손현택(한국생산기술연구원 서남지역본부 스마트모빌리티소재부품연구그룹장)=최근 일본 수출규제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에 대한 국가적 정책 지원에 힘입어 국내 업계의 국산화 노력과 대일무역규제 역조가 개선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독일, 미국 등과 비교하면 경쟁력이 미흡한 상황이며 중국 소재부품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차세대 소재부품 기술은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핵심 원천기술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발전이 소형화, 자동화, 효율화, 융합화를 지향하는 만큼 소재부품은 핵심 요소기술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회=소부장 산업은 각 국가에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육성하고자 노력하며 제조업 근간이 되는 산업이지만 특성상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많은 예산 투자 또한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재부품산업 육성의 중요성과 어려움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해결방안이 필요한가.
◇이준=일반적으로 대형 장치산업의 성격을 갖는 기초소재(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및 범용 부품의 경우, 우리나라가 상당히 잘 해왔던 영역이다. 그러나 소형·전문화 성격이 강한 첨단 소부장은 기술축적에 오랜 기간이 소요되며, 기술 장벽도 높은 편이다. 특히, 첨단 소재·부품 대부분은 시장 독과점 구조로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해도 기존 시장 플레이어의 위협 수준이 높아 시장 내 생존확률이 낮은 편이다. 결국 민간 리스크를 낮추는 공공부문의 선제 투자를 통해 기술개발 성과물이 시장에 안착돼 산업화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손현택=기술고도화 및 미래기술 선점을 위한 소재부품 국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산·학·연·관 주체간 협력 또한 절실하다. 그리고 장기간 소요되는 기존 소재부품 개발 방식에서 인공지능 및 데이터 기반 연구방식으로 전환을 통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개발기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광주의 소재부품 산업은 양적·질적 수준모두 타 시도대비 평균 이하다. 또한 대기업 완제품 중심의 산업구조로 대기업 의존도가 높으며, 핵심중간재는 지역외에서 대부분 조달하고 있다. 광주지역 산업경제 차원에서 소재부품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백종협=광주지역 산업은 허리가 약하다. 많은 중소기업이 있지만 독자 개발능력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 않다. 중간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유는 기술력 있는 중견급 기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견급 기업을 유치하거나 혹은 중소기업을 중견급 기업으로 성장시키려면 인재공급과 산학연 혁신기술 지원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
광주지역에는 민선7기 대표산업을 중심으로 친환경자동차·부품 클러스터,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집적단지, 첨단산단을 중심으로 한 광산업 집적단지, 도첨산단의 에너지 밸리 등 하드웨어는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산학 협동과정을 확대하고, 지역 전문 연구기관에서 장기간 현장훈련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개설된다면 중견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인력 공급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소재부품 품목이 대기업의 배타적 계약에 묶여 내수시장에 머문다면 기업의 기술력 성장이 제한적이고 시장 대응력이 떨어진다. 기업이 성장하려면 수출과 현지 진출을 통한 글로벌화가 필수다. 수출을 장려하기 위한 규제간소화, 인증지원, 마케팅 지원 등이 필수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준=현재 자동차 및 가전을 중심으로 구성된 광주 소재부품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이들 산업을 중심으로 소부장 산업을 재편·고도화하는 것은 지역 소부장 산업 전체 성장 및 확대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물리적 거리·위치에 관계없이 우리나라 각 산업에 광주산 소재·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첨단형×범용형' 소재·부품을 발굴해 지역 내에서 특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미래 밸류체인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미래 밸류체인을 구성하는 핵심 기술 중 현재 인공지능(AI)이라는 확실한 크로스-커팅 기술 인프라를 지역에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략을 마련해 타 지역이 갖지 못한 소재·부품 기술 혁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현재 침체된 지역내 소재·부품산업 혁신을 위해 지역 주력산업 연관 소재·부품 산업 업그레이드를 위한 대규모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기획·추진함으로써 지역 내 혁신 분위기 확산 또한 필요할 것이다.
◇사회=다양한 산학연관 주체들이 소재부품에 관심이 많을 텐데 각 기관에서 소재부품 산업 관련해 주목하고 있는 중요이슈 또는 사업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광주테크노파크는 광주의 소재부품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기업 확대를 위해 지역 소재 기업의 소재부품 분야에 대한 사업다각화 투자활동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지원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전문가 자문을 통해 기업 업종전환 및 품목확대 방안 모색하며 R&D 기획지원 프로그램 운영해 산·학·연 협력으로 소재부품 중소기업의 R&D 역량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손현택=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중소·중견기업 기술 경쟁력 강화와 국내 제조업 발전을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뿌리산업기술, 청정생산시스템기술, 융·복합생산기술을 3대 중점 연구분야로 선정했다. 수요 지향적 R&D 및 실용화, 미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우리 산업의 체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서남본부에서는 친환경 에너지기술, 인공지능이 결합된 스마트 구동 및 제어 기술, 기능성 경량 소재부품 및 센서기술 이 통합된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소재부품 및 요소기술 확보를 통한 지역 산업육성 및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백종협=한국광기술원은 2020년 광융합기술전문연구소로 지정된 후 광기술 융복합 분야에 다양한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광산업은 많은 소재부품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고 최근 4차 산업혁명, 포스트 코로나 시대 뉴노멀 등에 광·융합 신산업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미래자동차, 에너지, 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제조산업 부가가치를 제고하고 대외 의존도를 낮춰 독자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소재부품에 주목하고 있다. 광융합기술 분야 소재로는 기술자립도가 낮은 멀티코어 광섬유, 나노광시트, 양자점 발광소재 등 7품목을 발굴했다. 부품으로는 고굴절 비구면 렌즈, 초고속 ICT 능동·수동부품, 광섬유센서, 영상전송 부품, 3D 계측광원 등 16품목을 선정했다. 맞춤형 광소자 제조기반 구축으로 다양한 분야에 공통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엔진 형태 공정서비스도 예타사업급으로 구상하고 있다.
◇사회=마지막으로 광주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위해 특별히 해줄 말이 있다면.
◇이준=광주 소재부품 산업 현실과 한계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구조를 재편·고도화하기 위한 전략도 방향성 측면에서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를 타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광주 소재부품산업 및 지자체·혁신기관의 지원 체계를 상징하는 핵심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했으면 한다.
◇백종협=지역별 주력산업도 중요하지만 일정 부분 국가 정책과 지역발전에 균형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초광역 협력을 통해 광주가 추진하는 AI+ 제조 및 신산업 관련 소재부품 생태계 중 부족한 부분을 메꿔줄 수 있는 부분을 집중 육성하면 건전한 광주형 소재부품 전략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전문가들의 의견을 토대로 지역의 소재부품 기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핵심 소재부품의 국산화 비율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경쟁력 또한 확보할 수 있는 '광주형 소재부품산업 육성'을 한다면 광주가 소재부품산업 육성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