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이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해외여행과 대면발급 등 감소로 발생하던 비용이 크게 줄면서 순이익이 증가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 순이익(IFRS 기준)은 2조2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순이익 1조6463억원 대비 23.1%(3801억원) 증가한 규모다.
실적 상승은 전업카드사가 기존에 지급하던 비용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줄면서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해외 브랜드 카드사에 망 사용료를 지급하는 등 제휴사에 지급하던 수수료가 총 2406억원 줄어든 여파다. 게다가 카드사 온라인 발급 선호와 대면모집 위축으로 모집인에게 지급하던 비용도 1187억원이 줄었다.
반대로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카드사 총수익은 전년 대비 36억원이 줄어든 2조1515억원으로 집계됐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수익이 전년 대비 1906억원이 증가했지만, 가맹점수수료 수익(-1336억원)과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 수익(-930억원)이 더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이는 카드사들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현금서비스 취급을 축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지난해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3%(-1조1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발급 누적 매수는 1억1373만개로 1년 전보다 276만개(2.5%) 늘었다. 발급매수 증가율(2.5%)은 1년 전(5.6%)보다 둔화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영향으로 온라인 발급이 확대되는 경향도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항공 관련 마케팅 비용 절감 효과도 있겠지만, 해외여행 축소에 따른 해외 브랜드 카드사에 지급하던 망 수수료가 상당한 데 이 부분에서 비용이 크게 줄었다”면서 “대면모집 위축으로 모집인에게 지급하던 수수료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지난해 카드사의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877조3000억원으로 전년(874조7000억원)보다 0.3%(2조6000억원) 증가했다. 신용카드 이용액은 705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0.6%(4조3000억원) 늘었다. 다만 작년 증가율은 2019년 5.6%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체크카드 이용액은 1.0%(1조7000억원) 줄어든 172조원이었다.
지난해 말 카드사 연체율(총채권 기준)은 1.29%로 전년 말보다 0.14%포인트(P) 하락했다. 신용판매 부문 연체율은 0.64%로 전년 말(0.74%) 대비 0.10%P 하락했지만, 카드대출 연체율은 전년 말(3.15%) 대비 0.26%P 개선된 2.89%로 집계됐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