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장벽 높아진 반도체산업

Photo Image

반도체 산업이 '국가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주요 나라가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팻 겔싱어 인텔 신임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영국BBC와 인터뷰를 통해 “아시아에 세계 반도체 제조역량이 집중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피력했다. 아시아가 세계 생산량 80%나 독점한다는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주요 외신은 인텔 발언을 반도체 자국 생산정책에 호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했다. 앞서 2월에는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반도체 생산에 보조금을 지원해 줄 것을 담은 요청서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유럽도 같은 기조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유럽 반도체 생산량을 세계 생산량 20%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2030년까지 유럽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비전, 목표,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제안하면서 세부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은 4400억 유로 규모로 추산되는 시장에서 중국과 미국 수입품에 의존해 왔다. 중국 정부도 올해 초에 중장기 성장률 목표 대신 질적인 목표 설정에 나서면서 '3세대 반도체' 육성 계획을 내놨다. 일본 경제산업성도 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보고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해 전방위 지원에 나섰다.

우리나라도 패권주의에 맞서 정부와 기업이 공동 대응체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을 다수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이 더 적극적으로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줘야 한다. 주요 정부가 특혜와 무역 갈등 시비에도 반도체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은 명확하다. 그만큼 산업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전략 품목이기 때문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반도체가 산업에 끼치는 영향을 실감했다. 미국 텍사스주 단전 사태로 반도체공장 가동이 중단되자 연쇄적으로 관련 기업이 타격을 받을 정도로 반도체는 산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반도체는 장치산업이다. 그만큼 막대한 자본과 인력이 필요하다. 전략 품목이기 때문에 앞으로 무역 장벽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대비해야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