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오픈뱅킹 1년 성과와 과제

100여년 전 우리나라에 조선은행과 한성은행 등 현대적 의미의 은행이 생긴 이래 은행으로 대표되는 금융은 안전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 기대에 부응하며 쉼 없이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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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발전은 주로 고객 채널 위주였다. 은행 창구에서 CD기,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거래 채널 도입은 고객의 금융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꾸준히 높여 왔다. 그러나 지난해 개방이라는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이 고객의 금융 이용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 지점에는 오픈뱅킹이 있다.

오픈뱅킹은 계좌 조회와 이체 같은 뱅킹의 핵심 기능을 개방하는 것이다. 이제 은행이 아닌 핀테크 기업도 고객에게 뱅킹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은 가장 좋아하는 금융서비스 앱에서 거래은행 계좌를 관리하고 간편송금·결제, 지역화폐 충전과 해외송금 등을 그 어느 때보다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2019년 12월 오픈뱅킹 출시 이후 1년이 조금 지난 가운데 벌써 우리나라 경제활동 인구 대부분(중복 포함 7000만명)이 가입했다. 하루에 1500만건의 이용이 이뤄진다고 하니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서비스 질적 변화도 눈에 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꽤 혁신적이라고 평가받던 간편송금·간편결제는 이제 오픈뱅킹 참여자라면 누구나 제공할 수 있는, 더 이상 혁신적이지 않은 서비스로 상향 평준화됐다.

고객의 눈높이는 서비스 상향 평준화와 함께 높아졌고, 이제는 오픈뱅킹을 넘어 오픈금융(Open Finance)이라는 개방형 금융서비스를 기대하는 눈치다.

오픈뱅킹이 하나의 앱으로 모든 은행의 계좌를 조회하고 계좌의 자금을 편리하게 이동하는 서비스라면 오픈금융이란 하나의 앱으로 모든 금융상품과 서비스(적금, 대출, 투자, 보험, 카드, 페이 등 전자금융)를 한 번에 조회하고 비교한 후 필요로 하는 금융상품을 신규로 가입하거나 기존의 상품을 쉽게 변경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이러한 오픈금융은 고객에게 새로운 금융 경험을 선물할 뿐만 아니라 참여 기업에는 좋은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은행들은 오픈뱅킹을 계기로 플랫폼으로서 뱅킹(BaaP)으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특화상품과 새로운 서비스, 핀테크 및 빅테크와의 협업 등을 통해 디지털 혁신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핀테크와 빅테크 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더욱 간편하게 모든 은행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금융 생활의 편의성과 선택권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이제 소비자는 하나의 앱에서 결제, 송금, 환전,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개방을 핵심 가치로 하는 오픈뱅킹의 산뜻한 출발과 오픈금융으로의 진화는 금융 산업 발전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이유는 금융회사 신용정보를 고객 요청에 따라 개방하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 개방형 서비스들이 하나씩 고객에게 소개되고, 오픈뱅킹과 함께 금융 환경을 완전히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는 5월부터 예정된 카드회사 오픈뱅킹 참여와 핀테크 기업 보유 정보 제공, 뱅킹서비스의 추가 개방 및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의 유기적 결합은 오픈뱅킹이 고객 중심 오픈금융에 한발 다가서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2021년은 오픈뱅킹이라는 열린 운동장에서 새로운 혁신이 기존의 혁신을 끊임없이 대체하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신평호 금융결제원 디지털플랫폼본부장 phshin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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