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말 기준으로 세계에서 약 38억명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고, 16세부터 64세 이용자들은 하루 평균 2시간 24분을 소셜미디어에 소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예측한 인류의 평균기대수명이 73세인 것에 비추어 보면 평생 삶에서 5.7년을 소셜미디어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많은 사람이 소셜미디어에서 지인들의 새로운 글, 사진, 동영상을 확인하고, 또 본인이 포스팅한 내용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을 확인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가족과 친구들을 연결시켜 주는 수단으로 시작된 소셜미디어는 뉴스, 동영상, 이커머스를 포함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서, 소셜미디어에서 본인을 위한 맞춤 뉴스를 접하고, 오늘 식사할 식당을 선택하고, 자기 취향의 물건을 쇼핑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관계의 폭을 넓히고, 나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뿐 아니라, 유투버와 같은 '1인 미디어'라는 새로운 직업의 출현을 가능케 했다.
이렇게 소셜미디어는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지만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우리가 누구의 포스팅을 보고, 어떤 뉴스를 접하고, 어떤 상품의 추천을 받는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경영 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어떠한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당신이 상품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당신이 바로 상품'이라는 실리콘 밸리의 격언처럼 소셜미디어의 수익은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방문 시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최대한 오랜 시간 소셜미디어에 머물도록 설계된다. 작년 넷플릭스가 제작해 방영 28일 만에 3800만 가구가 시청한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The Social Dilemma)'는 전직 구글 엔지니어 등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이 소셜미디어 기업의 수익 극대화를 목표로 만들어 지고, 이를 위해 이용자들이 가능한 오랜 시간 소셜미디어에 머물도록 슬롯머신에서 이용되는 '간헐적 긍정 강화'와 같은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소셜미디어의 수익극대화 모델에 따른 가짜뉴스의 범람과 소셜미디어 중독에 따른 삶의 피폐화 문제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명했다. MIT의 연구에 따른면 진짜뉴스와 비교해 가짜뉴스는 트위터에서 6배나 더 전달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내용을 추천하도록 설계돼 있는 소셜미디어의 '확증편향적' 정보 유통체계에 따라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널리 전달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중독과 관련해서는 습관적 소셜미디어 접속을 넘어서, 사람들이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을 두려워해서 계속 소셜미디어에 접속하게 되는 FOMO(Fear of Missing Out) 현상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자기의 필터링된 사진과 같은 모습으로의 성형을 원하는 '스냅쳇 이형증'이라는 병적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소셜미디어의 병폐에 대응할 수 있을까. 정부가 적극적으로 소셜미디어의 폐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의 법 체계로는 수시로 변경되는 알고리즘이 초래하는 소셜미디어의 부작용에 효과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사회적 차원의 관심과 대응을 통해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신고제도를 도입한 것 같은 변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셜미디어의 병폐에 대한 분석과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미국의 '휴먼 테크놀러지 센터(Center for Human Technology)'와 같은 역량있는 민간 NGO의 존재가 필요하다. 향후 더욱 증대될 소셜미디어의 영향에서 이용자 보호와 건강한 소셜미디어 생태계 발전을 선도할 민간 기구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민원기 한국뉴욕주립대 총장 wonki.min@suny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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