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라인 두 배 증설…"유럽 시장 주도권 굳힌다"

올해 1조원 투입해 라인 4기 증설
빠르면 상반기 2공장도 착공 예정
공격투자로 中 CATL 유럽 진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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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헝가리 공장에서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가 올해 안에 헝가리 공장의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두 배로 늘린다. 헝가리 2공장 착공에도 나선다. 약 1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통해 유럽 각형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최근 몇 년 동안 다른 배터리 업체들에 비해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 온 삼성SDI가 공격적인 투자로 선회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폭스바겐·아우디·BMW 전기차 생산 물량에 적기 대응하고, 중국 CATL의 유럽 진출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올해 1조원을 투자해 헝가리 괴드 공장의 중대형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 4기를 증설할 예정이다.

증설이 끝나면 괴드 공장 라인은 8기로 늘고,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기존 30기가와트시(GWh)에서 50GWh까지 확대된다. 50GWh는 연간 100만대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삼성SDI는 또 빠르면 올 상반기 중에 헝가리 2공장도 착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시설투자가 모두 완료되면 삼성SDI의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헝가리 각형 배터리 생산 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가동 이후 증설 및 보완 투자는 꾸준히 진행해 왔지만 대규모 증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주요 고객사인 폭스바겐, 아우디, BMW의 물량에 선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는 이번 투자로 유럽 최대 각형 배터리 생산업체로 올라선다. CATL은 독일 에르푸르트에 연간 14GWh 규모의 각형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3년 가동을 목표로 이곳에서 리튬인산철(LFP)과 NCM 배터리 둘 가운데 생산 품목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올해 헝가리 공장의 보수적 투자 기조에서 벗어나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채택 비중을 각형 80%, 파우치 20% 구조로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삼성SDI는 CATL의 주력 제품인 저가형 LFP 배터리가 아니라 고급형 NCM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전기차 시장이 파우치 중심에서 각형 배터리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전기차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삼성SDI는 헝가리 배터리 생산 라인에 신공법을 적용하기 위해 연구개발(R&D) 비용도 추가 투입했다. 헝가리 각형 배터리 크기를 키우면서 조립 공정에서 양극판과 음극판 사이에 분리막을 순서대로 쌓아 올리는 스태킹 공법으로 변경했다. 스태킹 공법으로 전환하면 각형 배터리의 단점인 에너지 밀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SDI는 신공법 적용을 위해 배터리 장비 회사인 필에너지와 함께 레이저 방식으로 자르고 쌓아 올리는 장비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올리고 제조 단가는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SDI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높이고 품질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불량품 발생 비율을 줄이는 등 품질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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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각형 배터리<사진=삼성SDI>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