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형 디자인·아치형 지붕 인상적
7인승 다목차량으로 '카니발' 대항마
2열 독립형 시트로 편안함 최우선
트렁크 공간 최대 1843ℓ 확장 가능

시트로엥은 100년 이상 역사를 지닌 프랑스 자동차 브랜드다. 사람 중심의 대담하고 창의적 자동차를 만든다. 국내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해마다 100만대 이상씩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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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이번에 시승한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7인승 다목차량(MPV)으로 시트로엥 라인업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콤팩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수준 차체 크기로 운전이 쉽고 실내는 7명이 탈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다. 기아 카니발 외에 마땅한 선택지가 없는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로도 손색없다.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는 2021년형 모델부터 국내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1.5ℓ BlueHDi 엔진으로 파워트레인 구성을 단일화하고 마사지 시트와 전동 트렁크, 코너링 기능을 포함한 제논 헤드램프를 넣는 등 상품성을 대폭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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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외관은 개성이 넘친다. 우주선이 떠오르는 독특한 외관 디자인으로 가는 곳마다 시선이 쏠린다. 각진 형태가 대다수인 MPV들과 달리 유려한 유선형 디자인과 아치형 지붕이 인상적이다. LED 주간주행등과 가로로 길게 뻗은 시트로엥 고유의 더블 쉐브론 그릴은 패밀리룩을 나타낸다.

차체 크기는 전장 4600㎜, 전폭 1825㎜, 전고 1645㎜, 축간거리 2840㎜다. 길이나 폭은 현대차 투싼보다 약간 작지만, 축간거리가 85㎜ 길다. 밖에선 차체가 커 보이진 않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여유로운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PSA그룹 모듈형 플랫폼 EMP2를 사용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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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실내.

실내는 시트로엥이 추구하는 제품 전략인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설계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머리 위로 올라올 만큼 길고 넓은 파노라믹 윈드 스크린(전면 유리창)을 통해 확 트인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천장 위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포함하면 실내에서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면적이 5㎡ 이상에 달한다. 차박을 할 때 시트를 펼치고 누우면 별을 볼 수 있다.

모든 디스플레이와 조작 장치는 대시보드 중앙에 모여 있다. 7인치 멀티 터치스크린과 12인치 LED 파노라믹 스크린은 터치 방식으로 조작이 간편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은 다른 최신 제품들보다 그래픽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고, 실내 가운데 자리한 계기판은 주행 중 속도를 확인하기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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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실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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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2열에 카시트 3개를 장착한 모습.

2열은 독립형 시트 방식으로 3명이 편안히 앉을 수 있다. 시트마다 ISOFIX 설치가 가능해 총 3개의 카시트를 동시에 장착할 수 있는 점은 이 차의 큰 강점이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645ℓ이며,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으면 최대 1843ℓ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시동을 걸면 1.5ℓ BlueHDi 엔진이 깨어난다. 기존 2.0ℓ 엔진보다 배기량이 줄었지만 차체를 이끌기에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한다. 최고출력은 131마력, 최대토크는 30.6㎏·m다. 엔진 회전수 1750rpm에서 최대토크가 터져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경쾌한 가속력을 뽐낸다.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돼 주행 시 피로감이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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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디젤 엔진만으로 라인업을 구성한 점은 아쉽지만, 배출가스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차의 엔진을 만든 PSA그룹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앞선 디젤 기술력을 보유했다. 최신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 6D를 충족하는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SCR)과 디젤 미립자 필터(DPF)를 장착해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줄이고, 미세 입자 제거율을 99.9%까지 높였다.

시승 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승차감이다. 출렁거림이 심해 장거리 주행 시 멀미가 나는 다른 미니밴들과 달리 세단처럼 부드러운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진동과 소음을 잘 억제했고, 노면 요철도 적절히 흡수한다. 아이신과 함께 개발한 8단 자동변속기는 신속하면서 부드러운 변속을 진행하고, 안락함에 중점을 둔 서스펜션 세팅을 거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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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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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가족을 위한 차량답게 15개에 달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점도 주목된다. 가장 활용도가 높은 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다. 자동차 전용 도로에서 원하는 속도를 설정하니 스스로 가속하고 앞차와의 간격도 잘 유지해줬다. 앞차 움직임에 맞춰 정지하고 출발하는 기능도 유용했다. 이외에도 액티브 세이프티 브레이크 시스템, 차로 이탈 방지 시스템, 360도 카메라, 파크 어시스트와 자동 주차 브레이크 등을 갖췄다.


7명이 탈 수 있지만 차체가 작아 주행 감각이 경쾌하고 연비가 우수하다는 점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시승 기간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높은 수치가 나왔다. 이 차의 공인 복합 연비는 14.5㎞/ℓ으로 고속도로 위주로 200㎞를 주행한 결과 20㎞/ℓ를 상회했다. 복잡한 도심에서도 공인 연비와 비슷한 14㎞/ℓ 이상을 유지했다. 가격은 샤인 4280만원, 샤인 팩 4640만원이다. 기본형을 고른다면 가성비 면에서도 괜찮은 선택이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