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IT법]<5>이동형 영상기기 규제, 이번엔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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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정보를 촬영·수집하는 카메라는 법적으로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고정형 기기와 이동형 기기가 그것이다. 고정형 기기는 우리가 흔히 CCTV라고 부르는 것이다. 일정한 공간에 지속적으로 설치돼 촬영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반면에 이동형 기기는 사람이 신체에 착용 또는 휴대하거나 이동 가능한 물체에 부착 또는 거치해서 촬영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예컨대 차량에 부착된 영상기기라 해도 내부를 찍고 있으면 고정형 기기, 외부를 찍고 있으면 이동형 기기가 된다. 이동형 기기의 대표적 예로는 스마트폰이나 차량용 블랙박스 등이 있다.

고정형 기기에 대한 법적 규율이 있었지만 이동형 기기에 대한 법적 규율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는 모호한 상황이었다. 고정형 기기의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에 의해 규율되지만 차량용 블랙박스 등과 같은 이동형 기기는 개인영상정보를 수집해서 저장하고 있음에도 피녹화자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차량 앞에 녹화에 대한 고지를 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사실상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번에 내놓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에는 이동형 기기에 대한 규율이 포함돼 있다. 국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법적 규율이 되는 셈이다.

과거 행정안전부는 2017년 12월 개인영상정보에 대한 독립 법안을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고, 그 안에 이동형 기기에 대한 규율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 법안은 정부 입법임에도 20대 국회 만료로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와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다시 제안됐다. 서영교 의원 등의 '개인영상정보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업무 목적으로 이동형 기기를 운영하는 경우에만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고 사적 목적인 경우에는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동형 기기로 개인영상정보를 촬영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불빛, 소리, 안내판 등의 방법으로 촬영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설치한 차량은 불빛, 소리, 안내판 등으로 촬영 사실을 표시해야 한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이 피녹화자로부터 동의 등을 받아야 하는지 여부였다. 개정안은 명시적인 동의 등을 받은 경우뿐만 아니라 촬영 사실을 인식한 정보 주체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 촬영 사실을 표시했음에도 정보 주체가 촬영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경우까지 적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동형 기기의 사용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실제 법 집행 시에는 많은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앞집에 사는 이웃이 자신에 대한 차량용 블랙박스 촬영을 거부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다면 차량용 블랙박스 소유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참고로 서영교 의원안은 차량용 블랙박스를 규율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찰이 신체나 의복에 착용하거나 휴대하는 영상녹화기기인 폴리스캠도 이동형 기기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경찰청 훈령인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스템 운영 규칙'이 있다. 경찰청 훈령에 따르면 피녹화자가 육안으로 녹화 중임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불심검문·집회·시위 현장에서는 사용이 금지된다.

이동형 기기는 향후 얼굴인식 기술과 결합해 사용하는 경우까지를 고려한다면 개인정보보호 또는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 가운데 하나다. 얼굴인식 기술을 통한 수배자나 범법자 적발, 시위·집회 현장에서 얼굴인식 폴리스캠 사용, 공항에서 얼굴인식을 통한 입출국 수속 절차의 실행, 백화점 등에서 얼굴인식을 통한 맞춤형 광고 등이다.

인공지능·얼굴인식 기술과 개인영상정보의 결합은 개인정보보호 또는 프라이버시 영역에서 중대한 시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슬기롭게 이겨 나갈 첫 단추가 바로 이동형 기기에 대한 입법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신중하고 지혜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oalmephaga@minwh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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