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전자상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지만 국경 간 디지털 무역을 규율하기 위한 WTO 차원의 규범은 없다.
디지털 기업과 전통 제조기업 간 조세형평성 문제와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에 따른 세원 잠식, 소득 이전에 대한 우려에 국제조세체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걸맞은 룰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 논의가 한창이다. 전자상거래 협상에 기여하는 WTO 회원국이 86개국으로 늘었고,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도 OECD 회원국 포함 137국이 참여한다.
선진국이 전자상거래 논의를 주도하고 개도국도 협상 참여에 적극이다. WTO 신임 사무총장 역시 MC-12(장관회의)까지 성과를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지난 2월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영상회의에서는 디지털세 도입에 부정적이던 미국이 기존 반대 방침을 철회, 오는 7월 디지털세 타결 논의가 급물살을 탄다.
디지털 경제를 위해 새롭게 정립될 룰이 한국에 유리할 수만은 없다. 데이터 이동 관련 조항은 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부상하는 핵심 이슈다.
특히 해외 사업자에게 컴퓨터 서버나 저장 장비를 자국 영토에 두도록(데이터 지역화) 하는 요구를 금지하는 조항은 한국에도 리스크 요인이 된다.
선진국이 금융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 하기 때문이다. 금융 분야 국제경쟁력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조항 수용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보다 규제감독권한의 제약, 규제순응비용 증가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디지털세 논의의 향배에 우리 수출기업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디지털세 적용 대상은 디지털서비스사업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OECD는 자동차, 소프트웨어·휴대폰·가전제품, 의류·화장품·명품, 브랜드 식품·음료 등을 열거하며 소비자 대상 사업의 일부를 디지털세 적용 대상의 예시로 지목한 바 있다.
예시처럼 적용 범위가 확정된다면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디지털세의 영향권에 놓인다.
WTO 전자상거래 협상과 OECD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성과를 맺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디지털 무역규범 정립과 디지털세 도입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미국과 EU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고, 개도국의 역할도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매년 무역장벽보고서를 작성하며, 2017년부터는 디지털 무역 장을 따로 만들어 관리할 정도로 치밀하다.
금융 분야 데이터 지역화 요구 금지에 대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과 한국 기업이 직면하는 디지털 무역장벽과 애로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한 선결 과제가 된다.
경제적 영향 분석, 규제와 제도 개선, 기술적 보완과제 식별 등은 남은 숙제다. WTO 협상 준비를 강화해 정부가 우리 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적극 개진하길 바란다.
OECD 디지털세 논의에서 소비자 대상 사업 적용 범위의 추가 기준, 최저한세율 등 여러 부분이 아직 합의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우리나라 이익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논리를 추가로 보강하고, 우리와 이해관계가 유사한 국가와의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디지털세 도입이 국내 산업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부정적인 영향의 최소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디지털세 도입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국내 조세 대책도 함께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규엽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 kylee@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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