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단 30개만 만든다는 빵을 사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요.” “얼마 전 오픈한 핫플레이스에 다녀왔어요.” “올림픽 주경기장 내한 뮤지션 공연 10분전.”
코로나19와 함께 이른바 '인싸' 인증샷들도 자취를 감춰 버린 한 해였다. 올해도 그런 분위기가 계속되려니 했는데 최근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하는 인증샷이 급부상하고 있다.
“나 클럽하우스 시작했어요.”
클럽하우스는 작년 3월 발표돼 연말 기준 전 세계 사용자 600만명을 넘어선 음성 기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이다. 몇 개의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창업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를 만들기도 했던 미국 실리콘밸리의 폴 데이비슨과 구글 직원이었던 로언 세스라는 개발자의 합작품이다.
다양한 주제로 대화방이 개설되고, 회원들은 원하는 주제의 방에 입장해 실시간 대화를 하는데 텍스트도 영상도 아닌 '목소리'로 만나는 것이다. 이 새로운 목소리 채팅에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들고 있다.
클럽하우스 열광은 어디에서 오는가. 클럽하우스는 비대면 사회가 만들어 낸 타이밍 호재라고들 한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가 막아 놓은 불통의 벽에서 출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이 브랜드 파급력의 주원인은 아닌 것 같다. 바이러스가 없었다고 해도 클럽하우스식 소통은 우리가 기다리던 바로 그 모습이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선망성과 접근성, 아날로그적 감성'을 매우 적절한 비율로 버무린 정교한 전략으로 정리된다. 선망성으로 보면 이렇다. 애플리케이션(앱)을 깔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지만 기존 회원의 초대장이 있어야 채팅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유저를 멤버십으로 설정해 준다.
내용 면에서도 그렇다. 정치·경제·시사부터 마케팅·문화·예술·음악까지 다양한 영역의 주제 하나를 정해 실시간으로 채팅을 즐긴다는 것은 '지식인들의 살롱 문화'를 연상시킨다. 클럽하우스를 한다는 것으로 어느 정도 식견을 갖췄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진다.
더 주목할 것은 그것이 선망성에 그치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원하는 주제 방에 들어가 적극적 화자가 되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고견을 듣는 게 자연스러운 방도 있다. 화자와 청자를 넘나들며 때로는 수다를 떨고 때로는 실시간 라디오를 듣는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늘 '거리'를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가벼운 접근성과 확장 가능성이 여기에 있다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날로그 감성이다. 목소리는 텍스트와 달리 상당 부분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 텍스트가 줄 수 없는 감정 본딩을 만든다. 여기에 '원하는 주제를 원하는 사람들끼리'라는 프레임을 통해 팟캐스트나 유튜브에선 줄 수 없는 교감을 더한다.
우리나라에선 예전 PC통신 세대인 3545세대로부터 반응이 오기 시작하는 걸 보면 그때의 뭔가를 건드린 것만은 틀림없다. 클럽하우스를 하기 위해 중고 아이폰 거래가 급증하고,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이 브랜드의 수익성 구조를 예상하며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할 것인가를 놓고 토론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넥스트는 과연 무엇일까라는 꽤 오래된 의문에 어쩌면 클럽하우스로 시작된 오디오 채팅 SNS가 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 전환에 가속하고 있는 이노션을 비롯한 광고회사들의 디지털 환경 적응이 비로소 시작되고 있다. 소비자의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광고 회사들에 이 새로운 앱의 등장은 공통 숙제이면서 기회가 될 것이다.
배금별 이노션 CR2 제작센터장 goldstar@innoce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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