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창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센스톤을 창업하고 경영하는 데 큰 자산이 됐습니다. 센스톤은 최근 기업가치 900억원을 인정받았습니다. 보안업계를 진화시킬 '창조적 파괴자'가 되겠습니다.”
유창훈 센스톤 대표는 “창업을 앞두고 기존에 없던 사업 아이템을 찾던 과정에서 '인증보안'에 주목했다”면서 “창업 이후 영업 활동 없이 기술 개발에만 몰두했던 시간이 지금의 센스톤을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선박해양공학을 전공한 '보안 비전공자'다. 대학 졸업 이후 삼성중공업 조선사업부에서 근무하다가 창업의 꿈을 품고 보안업계에 발을 들였다. 1999년 후배 세 명과 함께 서울 신촌 쪽방에서 첫 창업을 했지만 지분 60%를 갖고 있던 투자사가 부도나면서 회사를 잃었다.
이후 보안업체에 입사해 10년 동안 경력을 쌓았다. 업체를 갑자기 나와야 하는 상황에 처한 뒤 다시 창업을 고민했다. 첫 창업 때부터 함께한 후배와 보안업체에서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며 서로 검증한 멤버를 모아 센스톤을 창업했다.
유 대표는 “퇴사를 해야 할 당시 재취업이 가장 쉬운 선택이었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면서 “40대 중후반에 또다시 삶을 걱정해야 한다면 창업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아무것도 없던 시절 창업해서 투자까지 받아본 경험, 자본은 없지만 서로를 잘 아는 멤버가 있다는 사실이 결심에 도움이 됐다.
유 대표는 정보통신기술(ICT) 환경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를 고민하다가 '인증보안'을 사업 아이템으로 채택했다. 창업 직후 매출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센스톤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몰두, 핵심 인증보안 기술 '일회용인증코드(OTAC)'를 만들었다. OTAC은 이용자 기기에서 자체 생성된 다이내믹 코드를 활용하는 인증 기술이다. 서버나 네트워크 통신 연결 없이 인증이 가능해 세계적으로 기술력과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센스톤은 OTAC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 인증보안 대회에서 최고상을 휩쓸었다.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사이버테크 100 선정 △유럽 테크 스타트업 어워드 '유로파스 2020' 사이버테크 분야 1위 △국제연합(UN)이 설립한 익스트림테크챌린지(XTC) 파이널리스트 △탈레스 스타트업 육성 사업 '사이버 앳 스테이션F 바이 탈레스' 선정 △유럽 스타트업 대회 '웹서밋 2020' 파이널리스트 등이다. 이들 대회 입상으로 '한국 기업 최초' 타이틀을 여럿 보유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 1위'에 선정됐다.
센스톤은 최근 OTAC 기술을 포함한 통합 인증보안 기술을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완제품 형태가 아닌 개별 수요처에서 기존 3분의 1 가격으로 인증보안 절차를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 대표는 “고객, 경쟁사, 보안업계 전체를 생산적으로 변화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면서 “시장 교란자가 아닌 창조적 파괴자로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