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전성배 IITP 원장 "ICT R&D·사업화 총괄 지원하는 혁신 파트너 되겠다"

고위험 도전형-사회문제해결형 R&D 추진
ICT 분야별 평가위원풀 구축...신뢰도 제고
6G-자율주행차-위성통신 핵심기술 확보
AI-빅데이터 등 활용 에너지 생산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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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IITP 원장

사고방식 자체가 업무지향적 사람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그렇다고 답답한 스타일은 아니다. 업무에 대해서는 주도면밀하지만 예상밖 유머로 상대방 긴장감을 일시에 무장해제시킨다. 치밀함과 여유를 겸비했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옛 미래창조과학부 전파정책국장과 대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막중한 권한 만큼 탁월한 업무조정과 합리적 관리 능력이 요구되는 핵심 요직을 빼놓지 않고 섭렵했다. 옛 미래부와 현 과기정통부에서 이 같은 이력의 관료는 유일하다. 주인공은 전성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원장이다.

전성배 IITP 원장은 1월 2일 취임했다. IITP는 1조4000억원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예산을 관리·집행한다.

전 원장 업무에 대한 집중력과 추진력은 관료시절부터 정평이 자자했다. 취임 이후 2개월이 이틀처럼 지나갔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IITP 업무를 완전하게 파악하고 있다. 공직 30년을 정리하고 제대로 휴가도 보내지 못한 채 대전 IITP 관사로 이동했지만 쉴 생각은 추호도 없는 것 같았다. 코로나19 지속에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현장 방문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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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IITP 원장

“보고를 30분만 받다 보면 관료 시절 습관이 나오려 하더군요. 예전 같이 미주알고주알 조언하면 직원이 힘들어 할 것 같더라구요(웃음). 현장을 찾아 ICT R&D 혁신 과제를 챙기고 있습니다.”

전 원장은 '업무의 달인' 답게 IITP에 필요한 역할과 발전 방향을 꿰뚫고 있다. IITP 비전을 이야기할 때는 명확했다.

“ICT R&D 기획·평가·관리라는 기본 역할과 관련해 성과 평가 방식을 혁신해 정책 신뢰도를 높이겠습니다. IITP가 ICT R&D와 연계 가능한 정책 개발과 인력 양성, 사업화 기반조성 등 ICT 분야 전주기를 총괄적으로 지원하는 'ICT 혁신 파트너'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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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배 IITP 원장

대담=김원배 통신방송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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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개월차다. 코로나19로 초반 업무 파악에 제약이 많았을 것 같다. 취임 이후 느낀 점은.

▲2개월이 이틀 같다. 지난해 11월 대전 IITP 본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철저한 방역수칙을 지키고 있었다. 1월 한 달은 직원과 식사 등 활동을 거의 못 한 채 보고만 받았다. 이제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외 활동도 하려 하고 있다.

IITP는 ICT R&D와 연계된 정책 지원, R&D 관리, 인재 양성, 사업화에 이르기까지 ICT 전체적인 생태계에서의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직원이 다양한 분야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전문성을 키우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ICT R&D 현장 가까이에서 소통하려는 노력도 인상 깊었다.

-신임 원장으로서 구성원에게 강조한 부분은.

▲양자정보통신과 위성 등 ICT R&D가 다루는 분야가 워낙 어렵다. 큰 줄기와 방향을 제시하되 세부 분야는 실무자 재량권과 역할을 최대한 존중하려 한다. 직원에게 현장 경험을 강조했다. 정책수요자 목소리가 가장 중요하다. 방역 수칙을 지키는 범위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외부활동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으라고 했다. 스스로도 현장에 나가려 한다. 소프트웨어(SW) 중심대학에 무엇을 지원할지 등을 파악하려면 대학에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일과 생활 균형점을 찾으라는 당부도 했다.

-공직 30년 DNA를 바꾸기 어렵지 않았나.

▲솔직히 바꾸기 어렵다. 보고를 30분 받으면 꼼꼼하게 조언하고 지시하는 예전 습관이 나오기 시작한다. 일을 챙기기 시작하면 모든 게 다 보인다. 사실 그래서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안 된다.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래야 원장과 직원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

-IITP 역할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떤 방향인가.

▲IITP는 ICT R&D 과제를 기획하고 선정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IITP 주 업무는 명확하다. 정부출연연구기관 구조가 변화하는 점을 고려해 적합한 IITP 임무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ICT 분야에선 IITP에 더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R&D 수행과 더불어 기술 동향과 트렌드를 커버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 법제와 규제, 경제사회 정책 등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맡고 있다. 기관별 고유 역할이 있다 보니 ICT 전반 트렌드를 파악하고 흐름을 정리하는 기능은 다소 부족했다.

IITP는 각 기관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 기술 동향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MWC와 같은 국제행사 동향을 파악하는 등 기능을 보강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 ICT R&D 기획평가, 관리라는 기본 기능에 인력 양성과 기반 조성 등 정책과 사업화 분야를 보완하려 한다. ICT R&D가 잡은 물고기라면 고기를 잡아 요리하는 ICT 전주기를 지원하는 기관으로 역할을 진화시켜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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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기관과 업무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현재 인력으로 가능한가.

▲ICT R&D 관리는 고유 업무라 충돌할 가능성이 적다. 정책 영역에서 일부 중복이 발생할 수 있는데 동향조사 등과 관련해 다른 기관이 IITP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부분도 존재한다. 본연 업무인 R&D와 연계된 정책기반 조성과 사업화를 추진한다면 충돌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ICT 전반을 지원하는 IITP 기관 정체성, 발전 방향과 부합하는 방향이다. R&D를 해놓고 사업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지 않은가. 두 개를 종합적인 관점에서 보고 연계한다면 사업화도 잘할 수 있다. IITP 인력이 우수하다. 업무 분석을 통해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방식으로 효율화한다면 우선 현재 인력으로도 새로운 역할을 맡을 수 있다.

-ICT R&D 현황을 보며 느낀 점은.

▲R&D 과제를 보는 시각이 많이 다르다. 국회에서는 사후관리와 부정사용 방지 등을 중시하지만 실제 평가를 받는 연구기관 입장에선 선정 평가에 대한 불만이 많다.

기획단계에서 프레임을 짜서 진행한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오해받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사업에 1개 기관만 응모했다면 최대한 꼼꼼하고 '터프하게' 관리하는 게 오해를 줄이는 길이다. 경쟁률이 5대 1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확률 자체가 낮아지므로 조금 더 넓은 시야에서 볼 수 있다. 과제 특성과 상황에 맞게 공정성을 기하고 최대한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ICT R&D 신뢰도를 높일 방안은.

▲기본적으로 평가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위해 평가체계 운영과 평가위원 풀 관리 등 제도와 시스템을 고도화할 것이다. 협회와 학회, 대내외 전문가 추천, AI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ICT 기술분야별 평가위원풀을 구축하고 최고 전문가 중심 평가위원 위촉시스템을 마련해 평가 신뢰도를 높이겠다. 평가위원이 충분히 검토하고 피평가기관도 발표 준비를 충실히 하도록 사전검토도 강화할 예정이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강조하고 싶다. 제품을 만들면 거꾸로 뒤집어서 찾아가는 과정이다. 평가 진행 과정을 살펴보고 1개 기관만 응모했다면 과제 범위를 좁혔을 가능성이 있다. 사후 평가를 통해 다음 공모에서는 보다 과제 범위를 넓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IITP는 ICT R&D 전문기관으로써 오래 일했기 때문에 노하우가 많다. 그렇지만 한 방향으로만 계속 봤던 것을 거꾸로도 한 번 봐달라는 주문이다. 새로운 시야에서 본다면 사업을 강화할 수 있다.

-변화를 강조하는 것 같다. 공공기관 특성상 루틴대로 처리하는 게 나을 수 있지 않나.

▲루틴을 보며 전체를 분석하면 경향성이 보인다. 공모를 하는 시야를 넓히라고 주문한다.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이 1개 밖에 없다면 특정 기업에 맡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화하는 방식과 기술은 여러 개가 존재한다. 휴대폰으로만 제한하지 않고 혁신적인 통화 기술을 주제로 공모한다면 경쟁 범위를 넓혀 보다 나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시각 개선이 필요한 셈이다.

-핵심 R&D 과제로 포스트코로나와 탄소 중립을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 방안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핵심 특징은 비대면 기술 일상화다. 비대면 시대 국민이 많이 활용하는 영상통화와 플랫폼 등 개별 기술도 중요하지만 비대면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코어기술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찾아내는 게 목표다. 경제 활력 제고와 관련해서도 R&D로 지원이 가능한 부분이 없는지 찾고 있다. 분야별로 본다면 민간이 하기 힘든 홀로그램, 지능형반도체 등 도전적인 고위험 도전형 R&D와 사회문제해결 R&D 추진에 무게를 싣고 있다. 6세대(6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위성 통신 등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한 ICT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할 것이다.

-탄소중립기술 개발 방향은.

▲에너지 활용과 관리에 ICT를 접목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 스마트그리드가 대표적이다. IITP는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ICT를 발굴해 제안하는 역할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에너지 소관 부처가 IITP가 선제적으로 발굴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지원해주는 게 IITP 리더십이다. AI, 빅데이터 등 지능형 ICT는 발전량 예측을 통해 '에너지 생산'을 효율화한다. 에너지 거래를 지원해 '에너지 유통' 분야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지능형 에너지관리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는 등 에너지 전주기를 효율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극복과 관련해 IITP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기업이 기술료를 내지 못한 부분을 유예한다거나 자금을 융자하는 등 과기정통부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이 필요로 하는 최적 기술을 합리적인 비용에 개발하고 지원하는 본연 역할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현재 R&D를 보면 기업이 필요한 건 감자만큼인데 호박만큼 과제를 선정하느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식으로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지정 공모와 자율공모를 적정하게 분배, 수요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하겠다.

-임기 중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과 관련해 포부를 정리한다면.

▲ICT 분야 정책 지원, R&D 기획·평가, 인재 양성, 사업화 전주기 맞춤형 지원 서비스를 통해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할 것이다. 연구 현장의 적극적 규제 개선과 의견수렴을 위한 창구도 활성화하겠다. IITP가 ICT R&D 혁신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하는게 목표다.

정리=


사진=이동근기자

◎전성배 IITP원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1991년 체신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뛰어난 추진력과 조정능력을 인정받아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미래창조과학부, 과기정통부 등 30년간 공직에서 요직을 두루 섭렵했다.

옛 방통위에서 통신이용제도과장을 맡아 초당 요금제 도입 등을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대변인과 전파정책국장을, 과기정통부 출범 이후 통신정책국장과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했다. 2021년 1월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으로 부임, 30년간 축적한 ICT 분야 네트워크와 경험을 집약적으로 활용해 ICT R&D를 혁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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