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운영하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산하 자율규제평가위원회가 이르면 이달 가이드라인 개선안을 내놓는다. 일부 게임사는 이에 앞서 주요 아이템 확률 공개를 예고하는 등 자율규제를 선제적으로 강화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자율규제평가위원회가 지난해부터 마련해온 자율규제 강령 개정안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미진한 점을 보완해 이르면 이달 승인할 방침이다. 승인안은 한국게임산업협회에 전달되고 협회는 이를 검토해 공표한다.
개정안 구체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기존 자율규제 강령보다 강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2015년 시작돼 2017년과 2018년 2회에 걸쳐 확대, 개선됐다.
위원회 관계자는 “초안에서 미진한 점을 개선해 이번 달 내에 협회에 넘기는 것이 목표”라며 “자율규제 존치, 확률형 아이템 비즈니스모델 신뢰 회복 등 산업 지속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선제적으로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넥슨은 오는 5일 시스템 조작이 의심된 '큐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큐브 아이템은 '메이플스토리' 게임에서 장비 아이템의 잠재능력 옵션을 변경하거나 상위 등급으로 올리는 데 사용된다.
게임사가 비공개로 운영하던 아이템의 확률을 공개로 전환하는 첫 사례다. 넥슨은 그동안 최소한의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큐브 아이템 확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큐브 아이템의 잠재능력이 부가적 효과에 해당돼 자율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원하는 스탯(능력치)이 붙는 확률이나 등급 상승 확률을 알 수 없어 이용자 불만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확률이 조작됐다는 이용자 의심이 일부 사실로 확인돼 반발이 거세졌다.
강원기 메이플스토리 디렉터는 “피해 배상안 전면 재검토, 고객 심경을 헤아리지 못한 대응에 대한 추가 보상, 큐브 확률 공개 등을 준비한다”면서 “메이플스토리에 대한 불안감이나 의구심을 없앨만한 정보와 기록을 공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디렉터는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고객 입장에서 고객이 메이플스토리를 믿고 플레이할 수 있게 변화를 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넥슨은 오는 13일에는 '마비노기' 게임 관해서도 유저 간담회를 열고 이용자 불만을 수렴한다. 현장 의견을 토대로 확률형 아이템 운영을 개선할 계획이다.
지난달에는 넷마블이 '페이트 그랜드 오더' 간담회를 갖고 전반적인 게임 운영 관련해 이용자 의견을 듣기도 했다.
업계의 선제적 자율규제 행보가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높아지는 이용자 불만을 해소하고 정치권의 규제 법제화 움직임을 되돌릴지 주목된다. 국회에서는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등이 연일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가 선제적으로 움직여 이용자 불만과 법제화 요구에 대응하려고 한다”며 “다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반감이 높은 상황이어서 업계 자정 노력의 효과가 나타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