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도청 위험이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주춤했던 도청기, 도청감시장비 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안교승 글로벌티에스씨엠그룹 대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도청 수요가 확연히 줄었지만 최근 보류됐던 사업이 재개되는 형국”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1996년부터 도청방지 분야에 몸 담아온 통신보안 전문가다. 헌법재판소 대통령 탄핵 재판(2회), 대통령 선거 캠프,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해 국내 5대 그룹 회장실 등에 그가 개발한 도청감시장비가 쓰였다.
글로벌티에스씨엠그룹은 지난달 미국 오르비스 리서치 등이 공동 평가한 글로벌 도청방지 업체 순위에서 4위에 올랐다. 10위권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 업체다. 호핑(FHSS), 휴대폰 스파이 애플리케이션(앱) 등 첨단 도청기를 감시하는 디지털 전파 감시 장비를 제조해 북미, 유럽, 중동 등에 수출한다.
이 업체가 개발하는 상시도청감시장비는 무선으로 송출되는 신호를 감시하는 장비로 스마트폰, 유심칩을 내장한 별도 도청 장치, 와이파이 등을 감시하도록 설계됐다. VIP 집무실, 회의실 등에 설치한 뒤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의혹 포착 시 통보한다.
안 대표는 도청 기술이 디지털로 발전하면서 기존 아날로그 장비로 도청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아날로그 모드 도청기가 주를 이뤘지만 이제 완전히 디지털 모드로 바뀌었다”면서 “도청 전파로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어 아날로그 장비만으로는 도청기를 탐지하는 것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아날로그 장비 또는 절반만 디지털 모드인 도청감시장비가 주를 이룬다. 안 대표는 “도청 위험을 경고해 왔지만 국내는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면서 “도청방지 기술 역시 아날로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스마트폰, 와이파이 도청을 남의 일로 치부한다는 것이다.
현재 도청은 다양한 방식으로 감행된다. 도청 행위자가 수십 개 마이크를 탑재한 조끼를 입고 멀리 떨어진 도청 대상으로부터 해당 방향의 대화 소리를 증폭해 청취한다. 스마트폰 일부 회로를 이용해 충전기에 유심칩을 내장, 도청한 사례도 발견됐다.
의전용 차량 내부에 마이크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체 저장하거나 통신망으로 실시간 전송받은 예도 있었다. 도청을 통해 산업 기밀이 유출되기도 한다.
안 대표는 고가 장비를 구입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보안을 위해서 집무실 또는 회의실 등을 간단한 주파수(RF) 검출기를 통해 수시로 탐지해보라고 권고했다. 스마트폰 도청을 방지하려면 스파이앱 전용 검출기를 활용해 자신의 스마트폰이 도청되는지 확인해보라고 조언했다. 침해 확인 시 스마트폰은 즉시 초기화하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면서도 디지털 도청 위협 대응에는 상당히 뒤쳐져 있다”면서 “디지털 도청에 위기의식을 갖고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