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로 차량 생산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매주 단위로 차량용 반도체 재고를 점검하고 있다.
여기에다 반도체 수급 상황에 맞춰서 재고를 보유한 차량 모델 중심으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등 생산 계획도 조정 중으로 알려졌다.
보쉬와 콘티넨탈, 현대모비스 등 부품 협력사에서 차량용 반도체가 적용된 부품을 공급받는 현대차와 기아는 연초부터 직접 반도체 메이커와 차량용 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이 장기화하자 1차 협력사에만 재고 확보를 맡기지 않고,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지만, 일부 반도체 부품은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지엠은 이달 8일부터 쉐보레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의 감산에 돌입한 상태다.
차량용 반도체는 클러스터, AVN(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차량 내 다양한 부품에 적용되며, 통상 자동차 1대에는 수백 개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다른 시스템 반도체보다 수익성이 낮은데다 높은 신뢰성과 안전성을 요구하고 결함 발생과 안전사고, 리콜 등의 부담이 있어 신규 업체 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만큼 단기간 공급량 확대가 어려운 품목이다.
특히 공급 차질의 핵심인 차량 전력제어용 마이크로 콘트롤 유닛(MCU)의 리드타임(발주부터 납품까지의 소요시간)이 26∼38주임을 고려하면 3분기까지 글로벌 공급 차질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기록적인 정전 사태로 NXP, 인피니언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들이 라인 가동을 멈추면서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폭스바겐, 포드, 스바루, 토요타, 닛산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회사들은 이미 감산을 결정하는 등 연초부터 차량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시장정보 업체 IHS마킷은 16일 자료에서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차질로 올해 1분기 자동차 생산이 100만대 가까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여파를 최소화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주요 생산국인 대만에 차량용 반도체 증산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만기 협회장은 “장기적으로 국내 자동차 업계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내 차량용 반도체 개발과 생산 역량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