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AI 법률사무소](8)AI성공을 위해 한국인의 '숨은' 에너지를 깨워라

Photo Image

우리가 이용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대부분이 태양이고, 석탄·석유·원자력 등이다. 그렇다면 시대와 역사를 바꾸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사람이다. 오늘은 인공지능(AI) 시대 성공을 위한 사람의 에너지를 찾고자 한다.

최초 산업혁명은 18세기 유럽의 후진국 영국에서 일어났다. 원래 영국은 양털을 생산해 유럽에 수출했으며, 양털을 원료로 만든 모직물은 유럽에서 역수입하는 후진형 산업 구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에서 종교박해를 받은 신교도 기술자와 금융업자를 수용하고, 금융 지원과 기술 혁신을 통해 방적기·증기기관 등을 만들어 국가산업구조의 근본을 변경했다. 입헌군주제에서 민간의 에너지가 폭발해서 발생한 자생형 경제혁명이라 할 수 있다.

Photo Image

우리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코로나19 극복과 AI 등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하고 있다. 왜 산업에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일까. 국가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잠재된 숨은 에너지를 끄집어내고 응축시킨 다음 강력한 폭발을 통해 경제 산업 전반의 모순을 극복하고, 구조의 근본을 바꿔 놓기 때문이다.

한국판 뉴딜 가운데 디지털 뉴딜을 보면 2020년에 3차 추가경정 예산 4조8000억원에서 2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데이터·네트워크·AI 기반 경제 사회 촉진, 교육·의료·근무 등 생활밀착 분야 비대면 기반 구축, 핵심 인프라 및 산단·물류 디지털화 착수가 이뤄졌다. 2021년 디지털 뉴딜 실행계획도 마련됐다. 이것만으로 충분할까. 뭔가 아쉽다. 바로 한국인의 잠재된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내는 법·제도 장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일본의 역사를 보자. 임진왜란 끝자락에 이순신 장군은 순천만에서 퇴각하는 왜군을 막아섰다. 뇌물을 받은 명나라 장수 진린은 싸움에 지고 돌아가는 자에게 가혹하다며 놓아주자고 했다. 이순신은 “내가 저들을 살려 보내면 언젠가 다시 올 것이니 그것을 걱정한다”고 말했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다시 침략한 왜군은 대부분 도쿠가와 막부(에도 막부) 시절의 조슈번 출신이 많다. 조슈번은 토쿠가와 막부를 없애고 메이지유신과 일본 근대화를 성공시킨 핵심 번이다. 그들의 정신 지주 요시다 쇼인은 미국 페리 함대가 도쿄 앞바다에서 개방을 요구하며 무력시위를 할 때 미국을 알아야겠다고 배에 올라타다가 처벌받았다. 서양을 배워야 한다며 공금을 훔쳐서 영국 등 외국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존왕양이를 부르짖으며 외국 공사관을 습격했고, 도쿠가와 막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원수인 사쓰마번과 동맹을 맺기도 했다. 필자는 그들이 옳고 그르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시대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상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비정상의 응어리진 국민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응축됐다가 폭발하듯 뿜어 나와야 한다.

Photo Image

한국판 뉴딜도 마찬가지다. 성공을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관련 기업이 협력하며, 국민의 체감도와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애쓰고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평온하다. 한국판 뉴딜의 성공을 위한 국민의 응축된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촘촘하고 복잡한 법제도 규제로 인해 국민과 기업의 창의력이 빛을 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스타트업 딜리버리티가 준비하고 있는 택시를 이용한 소화물 배송 중개 플랫폼은 몇 년이 지나도록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많은 분야에서 규제 해소를 위한 법 개정이 늦어지며 규제 샌드박스라는 기회 제공 한시 모델이 일상화되고 있다. 젊은 기업이 정부 인허가를 받지 않은 채 신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기존 법령을 엄격히 해석해서 혁신형 사업 모델이 사장되기도 한다. 모빌리티 기업 타다, 콜버스, 차차가 그러하다. 큰 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다 해도 설립 초기 기업은 곧바로 사업을 접어야 한다.

산업만 혁명할 것이 아니라 규제도 혁명하듯이 없애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거침없이, 끊임없이 시장에 나오고 다른 아이디어와 합쳐져서 폭발하듯 실행될 때 비로소 AI 등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노려볼 수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등 외국 기업에 다시 종속되는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Photo Image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sangjik.lee@bkl.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