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 놀란 e커머스, IT 개발 인재 모시기 '사활'

美 상장 앞두고 대규모 채용 의지 밝혀
2년차 연봉 6000만원…아낌없는 투자
SSG닷컴·이베이코리아, 공채 돌입
11번가, 신입 개발자 뽑아 실무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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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커머스업계가 정보기술(IT) 개발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의 우위 점령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공개(IPO)로 자금 수혈에 나선 쿠팡이 대규모의 인력 채용 의지를 밝힌 만큼 경쟁사 간 우수 인력 쟁탈전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는 최근 경력 개발자 공개 채용에 들어갔다. SSG닷컴은 이번에 채용하는 총 15개 직무 가운데 10개 직무를 IT 개발 직군으로 뽑는다.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개발과 백엔드·프론트엔드 개발 등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전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채용 규모도 지난 2019년 법인 설립 이후 가장 크다. SSG닷컴은 본사 인력의 40% 안팎인 개발자 비중을 더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도 PXC(제품·서비스 기획·개발·디자인 및 고객 경험 설계) 부문과 테크(데이터·앱 개발) 부문 등 27개 직무에서 두 자릿수 경력직을 모집한다. 위메프는 총 24개 직무에서 개발 직군 20개 직무 경력직을 채용하고, 11번가와 마켓컬리도 개발자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9.1% 성장한 161조123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만큼 외형이 커진 e커머스 업체들의 인력 충원 움직임도 바빠졌다. 특히 멀티 포지션 능력을 갖춘 경력 개발자에 대한 인력 수급난은 더욱 심화됐다. 우수 개발자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으로 몰리는 데다 e커머스 기업 간 인재 유출도 상당하다.

특히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둔 쿠팡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쿠팡은 제출한 상장 증권신고서(S-1)에서 대규모 인력 수급 의지를 밝혔다. 오는 2025년까지 5만명을 신규 고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만큼 IT 개발 인력 채용도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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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안 팸 쿠팡 CTO

개발 분야에서 쿠팡은 인재 블랙홀로 꼽힌다. 현재 쿠팡 IT 개발자 인력은 2000명에 이른다. 쿠팡이 e커머스 기업인 동시에 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2년차 개발자 연봉을 6000만원, 5년차 이상 경력직은 입사 보너스로 5000만원을 각각 제공하는 등 IT 개발 인력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이번에 공개된 쿠팡 경영진의 보수 현황에서도 기술 고도화 의지가 반영됐다. 쿠팡은 지난해 영입한 투안 팜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창업자 김범석 의장 연봉의 2배인 2764만달러(약 300억원)를 보수로 지급했다. 쿠팡 내 최고 수령액이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다.

팜 CTO는 지난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역량을 총동원해 기술 경쟁력과 성장 가속에 도움이 될 우수 개발자를 데려오겠다”며 인재 영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경력 개발자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예 신입 개발자를 뽑아 육성하는 곳도 늘었다. 11번가는 지난달 공채로 입사한 신입 개발자를 대상으로 총 200시간 실무 역량 강화 온라인 교육을 진행했다. 일반 인턴십 교육 과정이 아니라 실무 양성 프로그램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물류센터 등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인력 확보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짙다”면서 “자금력을 앞세워 작정하고 우수 개발자 인력을 빨아들이면 e커머스뿐만 아니라 플랫폼 기업 전반에 걸친 인재 유출도 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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