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첨단 기술의 포털,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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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요즘 가장 주목 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한다. 이런 테슬라가 지난해 9월 '자동차를 가장 재밌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게임 콘텐츠를 차 안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엔지니어를 찾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 게임 개발자를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냈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해 12월 우리나라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19종의 게임 등급분류를 받는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비단 테슬라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 메르세데스-벤츠는 마리오카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을 발표했다. 아우디 역시 디즈니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가상현실(VR) 게임 '마블 어벤져스:로켓 레시큐 런'을 공개했다. 자율주행차의 핵심 경쟁력은 자율주행기술 자체라기보다 차 안에서 얼마나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는데 여기에 게임 만한 체험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 게임은 자동차 회사에서도 중요한 기술로 여겨진다.

백화점에서 귀한 대접을 받던 명품도 게임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2019년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월드챔피언십에 루이비통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우승 트로피를 루이비통 커버에 담아 제공하는 것은 물론 게임 속 '키아나' 캐릭터 의상과 액세서리에 루이비통 문양이 들어가는 마케팅을 진행했다. 루이비통 매장에는 키아나가 착용하는 바지 등 의상이나 귀걸이·장갑·부츠 같은 장신구 등의 라인업으로 구성된 키아나 프레스티지 에디션을 출시, 금방 매진됐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는 2020년 6월 '테니스 클래시'라는 게임을 출시했다. 이 게임에는 남녀용 슈트와 티셔츠 등 총 네 가지 게임 캐릭터용 패션 아이템이 있다. 게임머니로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음은 물론 온라인 구매 사이트로 갈수 있도록 연결, 현실에서도 똑같은 디자인의 옷과 운동화를 살 수 있도록 했다. 게임 안팎에서 구찌로 대동단결할 수 있게 만들었다. 버버리나 샤넬도 비슷하게 게임과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했거나 진행하고 있다. 이제 명품은 백화점 마네킹을 넘어 게임 속 캐릭터에 얼마나 멋진 옷을 입힐 수 있는가가 중요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하자 미국 유명 래퍼인 트래비스 스콧은 지난해 4월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에서 콘서트 '애스트로노미컬'을 개최했다. 콘서트에서 신곡을 최초 공개했다. 무려 1230만명이 참가했다. 수익도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명사가 된 방탄소년단(BTS)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20년 9월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같은 게임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이제 게임은 게이머들만 모여서 즐기는 폐쇄된 공간이 아니라 세계에 영향력이 있는 가수가 자신들의 신곡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 위해 찾는 공간이란 점을 보여 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게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통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거 막바지인 지난해 10월에는 게임 속에 '바이든 섬'을 개장, 게이머들이 이곳을 방문한 것을 기념해 게임 속 장면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비대면 선거 캠패인을 진행한 바 있다. 오프라인에서 악수하고 사진 찍는 가내수공업 같은 선거운동 방식이 아니라 게임 속에서 수천, 수백만명을 동시에 접촉하고 이들에게 후보의 매력을 어필하는 선거운동 방식이 요즘 젊은 유권자들에게 통한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인재상도 바뀌기 마련이다. 게임으로 열리는 새로운 기술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는 게임을 적당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과 노력, 다양한 경험이 자신을 설명하는 스토리가 되는 그런, 뼛속까지 게이머인 젊은이들이다. 이들을 응원하지는 못할망정 게임중독 환자라는 낙인을 찍는 일은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으로도 매우 큰 손실이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zzazan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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