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롯데지주, e커머스본부 첫 감사…'롯데온' 살핀다

시스템 불안·시장 점유율 저조 등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기대 이하
문제 파악·개선점 마련 집중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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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 대표가 롯데온 전략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롯데지주가 자회사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에 대한 첫 내부 감사에 들어갔다. e커머스사업본부 출범 이후 첫 감사다. 감사팀은 롯데온(ON) 초기 사업의 론칭 과정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은 지난해 말부터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본부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기간은 약 3개월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를 맡은 지주 경영개선실은 그룹 계열사에 대한 비리 감사와 업무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는 부서다. 박현철 사장이 경영개선실장을 맡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송용덕 부회장 관리 체제로 운영된다.

피감사 대상인 롯데e커머스사업본부는 롯데닷컴이 롯데쇼핑으로 흡수합병, 2018년 8월에 출범한 조직이다. 기존 롯데닷컴 인력과 계열사 정보통신(IT) 담당 인력을 통합했으며, 그룹 온라인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현재 롯데온 운영을 맡고 있다.

경영개선실 감사팀은 이번 감사에서 롯데온 사업에 집중해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은 e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야심 차게 출범했다. 그러나 서비스 초반부터 잦은 트래픽 과부하와 전산 오류 등 시스템 불안을 노출했고,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온 월사용자(MAU)는 112만명으로 쿠팡의 5.2% 수준이다.

이번 감사에서는 이 같은 롯데온 사업 전략 전반에 걸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점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롯데는 통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과정에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포함해 기술 영역 대부분을 외주 개발사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로 구축했는데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구조 때문에 시스템 완성도가 낮다는 부분도 감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은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롯데정보통신이 있음에도 개발보다는 관리 역할만 하고 쪼개기 방식으로 소싱하는 형태로 구축됐다”면서 “일정에 맞춰 가장 낮은 단가를 제시한 곳만 찾다 보니 비용은 절감했어도 품질 저하를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롯데는 롯데온 사업에 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집행된 투자액은 1조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룹 디지털 전환의 핵심 역할을 기대한 롯데온의 부진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일부 실망감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이번 감사가 롯데온 론칭 1년도 안 돼 진행된다는 점에서 성과 부진에 대한 질책성 감사 성격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달 상반기 사장단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라며 쓴소리를 냈다. 업계는 롯데온 부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롯데온 전신인 롯데닷컴은 1996년 국내 최초의 온라인 종합쇼핑몰로 출범했다. e커머스 사업에 가장 먼저 뛰어들었지만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밀린 것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계열사 정기 감사일뿐 목적성을 띤 감사는 아니라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수년 주기로 진행하는 주요 사업의 정기감사”라면서 “e커머스사업부 감사뿐만 아니라 경영 관련 컨설팅도 함께 진행, 발전 방향도 함께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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