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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 김민수기자>

차기 대권 바로미터인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고 여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정당별 경선이 다가오면서 후보자의 출마 여부와 단일화를 두고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각 후보별로는 부동산 공약을 시작으로 서울시 정책 대결이 시작됐고, 일부는 타후보를 비방하며 과열 양상도 보인다. 여론의 관심은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모아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 같은 단일화 논의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본지는 안 대표를 만나 야권 단일 후보에 대한 입장에서부터 서울시정과 국가 정책 개선점과 비전을 들었다.

-서울시장 후보 야권 단일화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크다. 최근 분위기로는 이견이 많아 쉽지는 않아 보이는데 단일화 필요성이나 방법에 관한 생각은.

▲대선 도전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후보로 임한 것 자체가 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지금 대한민국이 살려면 정권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이를 짚고 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반면 야권 승리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다. 정권 교체 교두보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몸을 던져서라도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금도 더불어민주당의 세력이 워낙 공고해 쉽지 않다. 25개 구청장 중 24명, 110명 서울시 의원 중 101명, 49개 지역구 국회의원 중 41명이 민주당이다. 하나의 정당이 서울에서 이렇게까지 강한 조직력을 구축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게다가 보궐선거 당일은 휴일이 아니다. 투표율이 낮으면 야권은 힘든 싸움이 될 것이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나아가 중도와 합리적 진보세력 지지자까지 모두 다 합쳐야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 어느 한 곳이라도 떨어져 나가면 이기기 힘들다. 그래서 처음부터 야권 단일후보를 뽑자고 제안한 것이다.

당부하고 싶은 것은 너무 야권끼리 경쟁에 매달리다 보면 시야가 좁아진다. 모두가 한 걸음 떨어져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생각해 주었으면 한다. 원래의 목표인 '나라 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야권 모든 세력이 뭉쳐서 한 명의 단일후보를 지지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 명의 개인, 하나의 정당이 아닌 야권 전체와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지고 제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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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후보로서의 본인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 서울시의 3가지 중요 포인트는 코로나19 방역, 부동산, 민생경제다. 나는 의사 출신이고, 정보기술(IT)벤처기업 경영자로도 활동했다. 관련 분야에 대해 제대로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러한 경쟁력 때문에 많은 시민이 기대감을 가지고 지지해준다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은 당 합류를 통한 단일화를 얘기하지만 국민의당이라는 공당의 대표가 탈당해서 다른 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정치 도의상 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의당은 10% 정도 지지도를 가지고 있고 당원도 많다. 국회의원도 있는 원내정당이다. 이런 상황에서 탈당하면 지금 국민의당 지지층은 필요 없다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결정은 질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보면 결국 단일화는 하게 될 것이다. 단일화가 없다면 야권은 선거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것과 같다. 무조건 나를 중심으로 단일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을 시민 투표로 뽑자는 것이다. 다른 인물이 단일후보로 나서도 열심히 돕도록 하겠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병폐를 무엇으로 보는가. 서울시 차원에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현 정부는 기업과 경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하다. 비판을 하자면 어떤 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어보거나 월급을 지급해 본 경험이 없다. 이런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가치 있는 것인지 모르는 것 같다. 기업인을 단순히 직원을 괴롭히는 착취자들로만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벤처인은 동료들과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기업인이다. 실력만으로 승부해서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생태계를 꼭 만들고 싶다.

서울시 차원으로 보면 박원순 전 시장이 시정을 사유한 문제가 가장 크다. 서울시민에게 큰 도움이 된다기 보다는 시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조직으로 만들고, 개인적 호불호가 반영된 사업을 다수 추진해 왔다. 서울은 10년간 발전하지 못했다. 유럽에서 1년 반 정도 머물면서 해외도시는 발전하는 반면 서울은 제자리에 머물면서 분열하고 모습을 지켜봐 왔다. 이제는 글로벌 도시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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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 김민수기자>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전환 등 미래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반면 규제 이슈는 여전하다.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의 등장과 규제의 균형점은 무엇이라 보는가.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는 비난이 싫어 책임을 피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분야가 나타나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기존 영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전환에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은 없다. 기존 서비스의 새로운 접근과 고도화 사례인 '타다'가 대표적이다. 신규 산업과 기존 산업과의 갈등이 생기고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긴다. 정부는 비난을 받더라도 신규산업에 투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피해를 본 곳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 같은 역할을 하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기존 사업자에 비난 받는 것이 두려워 새로운 싹을 자른다면 성장은 이뤄질 수 없다. 이런 잘못을 다시 반복하면 안 된다. 서울시부터 그런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 IT벤처인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서울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기술, 신산업을 서울시 행정에 어떻게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통해서 재난 재해를 미리 예방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겨울이 되면 상습적으로 블랙아이스가 발생하는 도로를 빅데이터로 미리 예측해 열선을 매립하는 형태로 대비할 수 있다.

상수도 파손 문제와 화재 사고 등도 마찬가지다. 빅데이터와 AI로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서울 시민은 그 변화를 느끼지 못 할 수도 있다. 나중에 상수도와 화재 사고가 줄어들면서 점차 그 결과를 체감하는 발전 모델을 만들 것이다. 시민이 기술의 적용 여부는 모르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 진정한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질병 방역에서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초기 소규모 집단 감염과 달리 지금의 코로나 3차 대유행은 광범위한 집단 감염 형태다. 이런 상황에서 사후대책은 뒷북이다. 9시 이후 영업금지, 카페 매장 내 영업 제한 차별 등 사회적 거리두기도 주먹구구식이다. 이런 곳에도 첨단기술이 도입된다면 확진자 분석과 예측 등을 통해 보다 현실성 있는 기준이 나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이다.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데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사용, 편안한 삶이 가능한 첨단 스마트 도시를 비전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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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기업인 안철수가 지금 상황에 놓여있다면 어떠한 경영 판단을 내릴 건가. 후배 기업인에게 조언을 전한다면.

▲코로나19로 굉장히 어려운 시기지만 이를 또 기회로 만드는 것이 기업가다. 기업인은 현상을 유지할 때가 아닌 위기에서 빛을 발한다. 여행 업계가 다 힘들다고 했을 때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며 성장했다. 우버도 미리 방역수칙 등을 빠르게 만들면서 다시 성장한 것처럼 미래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산업도 바뀐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고 오히려 포스트 코로나의 비전을 보여준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것이고 성장할 수 있다.

새로운 산업도 등장할 것이다. 이미 많은 기관에서 새로운 시장 트렌드와 미래 전망을 분석하고 있다. 포스트코로나로 바뀌고 있는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면 기회가 보일 것이다.

-현재 정치인 안철수는 어떻게 달라졌고 무엇이 부족하다고 보는가, 앞으로 정치인생에서 핵심 달성 과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 실수를 피할 수는 없었다. IT업계에 종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대 교수를 하다가 안랩을 창업하고 시행착오가 많았다. 경영은 물론 조직운영 경험, 인맥도 없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후회하지 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경험으로 활용했다. 더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나중에는 업계에서 IT 기업인으로 인정해 주었다.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에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있다. 과거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 정당으로 만든 것은 '3김 시대' 이후 국내 정치계에서 유일한 사례다. 큰 정당이 아닌, 밖에 나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성과를 내면서 정치적 능력은 증명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경험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정치적 돌파력을 보일 것이다. 이제는 증명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는 항상 고비가 온다. 이 고비를 넘어가야 지지자들에게 인정받을 것이다.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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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