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영국 서리대 라이언 애벗 박사팀은 인공지능(AI) '다부스'(DABUS)를 이용한 발명에 관해 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프랙탈(Fractal Geometry) 구조를 이용,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음식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수색 구조 작업을 할 때 눈에 잘 띄도록 만든 빛을 내는 램프에 관한 것이다.
다만 발명은 온전히 AI 다부스에 의해 이뤄졌음을 명확히 하고, 다부스를 만들고 소유한 자신에게 특허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영국·유럽연합(EU) 특허법과 우리나라 특허법 차이가 거의 없으므로 우리나라 특허법을 살펴본다.
우리나라 특허법 제33조, 제42조, 제133조는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제33조), 특허를 받으려는 자가 특허청장에게 제출해야 하는 특허출원서에 발명자의 성명 및 주소를 기재하라고 되어 있다(제42조).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 않은 자가 특허를 받은 경우에는 이해관계자가 그 특허의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제133조).
발명과 관련해 컴퓨터 프로그램 실행과 같이 AI가 단순한 도구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에는 AI가 아닌 사람이 발명자라 할 수 있고, 그 사람이 특허를 출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정렬 또는 편집해서 AI에 입력하고 발명은 AI가 한 경우에는 어떨까. 데이터의 수집, 정렬 또는 편집에 더해 발명까지 사람의 관여 없이 온전히 AI가 수행한 경우라면 어떨까.
첫째 사람이 아닌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 보자. 특허법상 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 사항의 창작으로서 고도(高度)한 것을 말한다(제2조).
특허법은 사람의 발명을 장려, 보호하고 그 이용을 도모하여 기술혁신을 통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한 법이다.
특허법은 발명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사람이 발명할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AI가 발명했다 하더라도 특허법상 발명자가 될 수 없다.
둘째 AI가 특허권을 보유할 수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 보자. AI는 법률 의미에서 발명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 않다. 나아가 특허권은 자연인 또는 법인 등 법인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부여되는데 AI는 법령상 자연인도 아니고 법인도 아니어서 법인격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AI는 스스로 또는 대리인을 통해 특허를 출원할 수 없고, 특허권을 보유할 수도 없다.
셋째 AI를 이용해 발명한 경우 특허권을 AI가 보유하거나 활용한 사람에게 부여할 수 있는지 보자. 사람이 데이터를 AI에 투입하는 과정에서 배열이나 편집, 연산 순서나 산식을 구체화해서 제시하고 통제했다면 발명 과정에서 일부분이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AI에 의해 이뤄졌다 하더라도 사람을 발명자로 볼 수 있고, 그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발명 전 과정이나 중요한 과정이 오로지 AI에 의해 이뤄졌다면 그 발명의 시작이라는 실마리를 사람이 제공했다거나 AI를 사람이 보유 및 관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발명이 사람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AI를 보유하거나 활용해서 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에게 특허권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영국·EU 특허청은 애벗 박사의 특허 출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부스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발명자가 될 수 없고, 발명자가 될 수 없는 한 그 지위를 애벗 박사에게 이전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도 없으며, 애벗 박사가 그 발명을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현행 특허법 체계에서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고, AI를 가진 사람도 특허권자가 될 수 없다.
앞으로 법·제도 정비는 어떠해야 할까. 비유를 들어보자. 서커스단이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고 훈련해 관객 앞에서 다양한 재주를 부리게 한다면 서커스단이 관람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원숭이의 능력이 탁월해 먹이만을 주고 훈련을 시키지 않았는데도 다양한 재주를 부려 관객을 즐겁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에도 원숭이를 잘 키운 서커스단이 관람료를 받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물론 남의 원숭이를 훔쳐다가 재주를 부리게 한 경우에는 관람료를 받아서는 안 된다.
사람이 아닌 원숭이가 관람료를 챙기는 것처럼 AI가 특허권자가 되는 것은 시기상조다. 다만 AI를 이용해 발명한 경우 사람에게 어떤 지위와 권리를 부여할지는 중요하다.
사람의 관여가 AI 발명의 중요한 요소에 관한 것이라면 그 부분에 한해 요건을 명확히 해서 법리로 평가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사람의 관여 없이 온전히 AI가 발명한 경우에도 그 기술 진보를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 안에서 어느 정도 포용하고 보호할 수 있을지, 그 요건을 어느 정도 엄격하게 해야 할지, 사람이 발명자인 경우와 비교해 보호 수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AI를 이용한 발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을 어떻게 도와야 할 것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물론 미국 등 AI를 이용한 발명이나 특허가 많은 나라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제 관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AI-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 위원장)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