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스타트업의 '코끼리 쇠사슬 증후군'

택시를 활용한 음식배송 서비스가 추진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배달난과 택시기사 수입 감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방안이다.

국내 스타트업 딜리버리티가 택시를 이용한 음식배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배달대행 업체인 생각대로, 바로고 등과 사업 논의까지 거쳤다. 수요를 조사했고, 픽업 시간에 택시 주정차로 인한 도로 혼잡 등 발생 가능한 이슈까지 종합 검토하는 단계다.

딜리버리티는 택시를 활용한 도심 배송물류 사업을 2019년 말부터 시작했다. 현행법상 20㎏ 미만, 4만㎥ 이하의 물건은 화물 기준에 들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했다. 서울 개인택시 각 지부 등과 협약을 체결, 플랫폼 가입 택시기사 2000명 이상을 확보한 상태다. 이를 음식배달 영역까지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음식배달 사업은 택시가 공차 시간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확보할 기회다. 배달기사 품귀에 시달리는 배달대행업계도 반기는 분위기다.

해외는 이미 택시를 활용한 퀵배송, 음식배달 도입이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시, 지난해 10월 일본이 택시 음식배달 대행을 허용했다.

그러나 국내는 사업 전망이 불확실하다. 자칫 지난해 타다 사례처럼 사후 규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택시를 통한 음식·소형화물 사업은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다. 딜리버리티가 지난 2019년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지만 아직 심의위원회 상정조차 안 됐다.

정부가 사업의 합법성 여부를 빨리 판단해서 사업 예측성을 높여주는 게 급선무다. 또 기존 사업자와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객관적 중재자도 필요하다.

타다 사례처럼 사업 규모를 확대한 이후 불법화될 가능성 때문에 물류혁신 사업은 자금 유치나 투자 집행이 쉽지 않다는 스타트업의 하소연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자칫 반복되는 규제 트라우마가 '코끼리 쇠사슬 증후군'으로 고착된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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