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전 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 질서를 급속히 파괴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과 표준이 요구되는 '뉴 노멀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국정 운영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쏟았다. 교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인력 이동을 제한하는 한편 감염자 유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국경을 폐쇄하기도 했다. 이는 산업 공급망 붕괴 및 재편과 내수 산업을 지키기 위한 자국우선주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산업 생태계를 존속시키기 위한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을 비롯한 전통 산업에 첨단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디지털 기반 산업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은 디지털 경제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적시·적절한 산업 데이터 활용 지원 △데이터·AI를 활용한 산업 가치사슬 고도화 △산업 혁신 인프라 구축 등 3대 추진 방향이 골자다. 특히 올해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전자신문은 신축년 새해를 맞아 '한국형 디지털 전환, 길을 묻다'를 주제로 온라인 특별좌담회를 마련했다. 각국의 디지털 경제 주도권 선점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정책 추진 방향 등을 각계 전문가와 심도 있게 논의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강상기 한양대 인공지능(AI)솔루션센터장
△김용진 LG전자 상무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장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장준영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장
◇사회(양종석 전자신문 산업에너지부장)=신축년 새해는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전통·주력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강력하게 요구된다. 현재 상황에서 우리나라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부족한 점을 진단한다면.
◇김태환(한국산업지능화협회장)=산업 디지털 전환의 뿌리는 2012년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4차 산업혁명'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4년 산업부가 제시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에 따른 스마트공장 보급·확산이 시초다. 현재는 주요 유관부처가 디지털 전환에 관한 전략을 고도화해 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감안, 비대면·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한편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범국가적 '디지털 뉴딜' 정책이 발표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7년부터 디지털 대전환을 그룹 전략으로 채택해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10년 후 '디지털 기반의 최적화 운영되는 초일류 조선소' 비전과 전략을 수립했다. 첫 단계로 향후 3년간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산업사물인터넷(IIoT)으로 공정 흐름과 재고 관리, 산업안정 등에서, 디지털 십야드(shipyard)로 조선 야드 전체에서 각각 운영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 디지털 전환은 필요한 데이터를 적시에 확보·분석해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비즈니스 모델)를 창출하고, 지능화 로직을 개발해 제품이나 제조 운영 자율화·최적화를 달성하는 궁극적 목표다. 이를 달성하게 하는 핵심은 바로 '산업데이터'다.
산업데이터는 기존 정보기술(IT) 시스템의 정형화 데이터 뿐만 아니라 제품 운영, 제조 현장에서 발생한 실시간 운영기술(OT)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센서, IIoT, 5G 등 다양한 ICT를 적용해 확보하거나 연결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산업데이터는 종류와 규모가 방대할 뿐 아니라 발생 주체에 따라 품질도 제각각이다. 산업데이터 중요성에 눈을 뜬 대기업들도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은 산업데이터를 무조건 수집·저장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가치 없는 데이터를 입력하면 가치 없는 결과를 얻게 되는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in, Garbage-out)'의 우를 범하게 된다.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AI,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에 관한 이해와 접목도 중요하다. 그러나 반드시 추구하는 목적에 맞는 데이터 집합을 정의한 후에 관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개별 기업이 이 같은 어려운 과정을 소화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주력산업에서 업종별로 공통기술이나 방법론을 개발해 빠르게 확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김용진(LG전자 상무)=국내 주요 대기업은 3~4년 전부터 제조영역에서 먼저 디지털전환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케팅과 연구개발(R&D), 구매, 공급망관리(SCM), 서비스 등 모든 가치사슬에서 체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선 것은 불과 1~2년 전이다.
LG전자를 포함한 주요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해 크게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가치사슬에서 의사 결정 전반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과 디지털 환경에 맞춰 새로운 제품·서비스를 혁신하는 방식이다.
우선 의사 결정 과정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은 국내 기업에서도 다양한 시도와 사례가 나오고 있다. AI를 기반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는데다 성과도 우수하다.
하지만 두번째 제품·서비스 혁신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 특히 미국, 유럽, 중국 등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제조와 품질, 생산 전반을 매끄럽게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위한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특정 제품 제조 공정에서 불량이 발생해 예상 지침을 기반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이 같은 부분을 순수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판단하면 기존 생각하지 못한 많은 핵심품질요소(CTQ)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 99.5%였던 제품 수율을 99.8%, 99.9%까지 올리는 사례가 많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 자동화를 추진하는 곳이 많지만, 제조업 경쟁력은 이 같은 부분에서 나온다.
또 그동안 기업대소비자(B2C) 시장에서는 특정 제품 선호도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지를 배포했다. 지금은 글로벌 사회관계망(SNS) 댓글을 분석하면 불과 몇 십 초 만에 자사와 경쟁사 제품 선호도는 물론 소비자 불만까지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상품기획 단계에 적용하기 때문에 신제품·서비스 개발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다.
◇사회=정부는 작년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올해 정부 정책 방향은 어떠한가.
◇장영진(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정부는 작년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하고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모든 부처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산업부는 기업들이 직접적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디지털 전환 정책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새해에는 다양한 경제주체와 함께 주력산업과 가치사슬 전반으로 산업 디지털 전환을 확산시키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먼저 산업데이터 활용에 관한 업계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민간 디지털 전환 사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 촉진에 관한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 산업데이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권리 관계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 작년 10월 대표 발의했다. 내년 2월 임기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우리 산업계의 산업데이터 활용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상대적으로 앞선 기업도 있지만, 활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기업도 있다. 산업부는 올해 산업계 전반에서 산업데이터 활용 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미래차, 가전·전자 등 6개 분야에서 26개팀, 25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산업 디지털전환 연대' 활동으로 민간 수요 기반 디지털 전환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또 이를 활용해 조기 성공사례를 창출하기 위한 '산업데이터 플랫폼' 사업도 확대한다.
산업데이터 활용 시 필요한 플랫폼 아키텍처, 표준 AI 등의 개발·지원을 위한 '산업지능화 협업지원센터'를 구축하는 한편 업종별 디지털 전환 수준진단, 벤치마킹을 위한 'DX 참조모델'을 보급해 민간 중심 확산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할 인력 확대에도 힘을 쏟는다. 기존 전통적 업무 영역 뿐 아니라 디지털 분야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재직자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 교육과 석·박사급 산업데이터와 AI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회=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의 디지털 전환 관련 정책에 보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강상기(한양대 인공지능(AI)솔루션센터장)=디지털 전환은 AI, 빅데이터, 초연결성, 클라우드 등에 기초해 기술과 서비스의 융·복합화에 따라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산업체가 독자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은 물론 정부와 산업체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연구소, 사단법인 등 민간단체와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투자자본수익률(ROI) 관점에서 본다.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이점이 없다면 정부 정책으로만 끌고 가기 어려울 수 있다.
디지털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아날로그와 달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객관화한다는 이미지다. AI 등 첨단 기술이 중심 축이며 근간을 이룬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 있는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정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산업계는 그만큼 준비가 돼있지 않다. 많은 산업 주체들은 민감한 내용을 담은 자사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는데 의구심을 갖고 있다. 또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들은 단순히 산업데이터를 구축하는 시늉만 할 공산이 크다.
학계가 생산성, 품질, 가격경쟁력 등 기업이 당면한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는 현장의 의미 있는 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 단순 학문이 아닌 현실적 영역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데이터 수집단계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점검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데이터 확보를 위한 정책 연속성이 요구된다. 또 수집 데이터를 활용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산업 현장에서 데이터 공유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 육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기업 이외에 디지털 전환과 AI 관련 인재를 키우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기반으로 교육을 추진, 실제 비즈니스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양대 AI솔루션센터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교육 중이다. 유통, 제조 등 각 산업에 필요한 부분을 교육 관점에서 제공하고 이론적 전문가를 연결한다. 현장에 종사하는 이들이 실제로 문제를 풀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는 현실에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산업체는 도와달라는 SOS 신호를 어디에 보내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를 연결하기 위한 접점을 찾아야 한다.
◇장준영(법무법인 세종 변호사)=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단연 데이터다. 데이터 댐은 데이터 경제를 가속화하는 근간이자 정부가 강조하는 D·N·A(데이터, 네트워크, AI) 생태계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력 사업으로 추진 중인 데이터 댐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데이터 수집, 가공, 거래, 활용을 보수적으로 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국내 법·제도가 대표적이다.
작년 국회를 비롯해 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데이터 관련 법안을 속속 논의·발의했다. 앞으로 국회와 산업계에서 산업데이터 활용 중요성이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산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규모의 방대한 데이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융, 의료, 교육, 유통 등 대부분 분야에서 필수로 활용되는 데이터는 대부분 개인정보에 기반한다.
데이터의 수집·가공·거래·활용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들이 개인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갖추고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에는 개인정보 요소가 반드시 깔려있기 때문이다.
최근 데이터3법 시행에 따라 가명정보, 양립 가능성 등의 개념이 도입되면서 개인정보 활용 가능성이 기존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정보와 관련된 국내 법령상 규제를 개인정보의 활용을 저해하는 족쇄라고 여기는 시장 구성원이 많다. 의료, 금융, 교통, 교육, 유통 등 성공적 디지털 전환을 위한 데이터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변화에 맞춰 개인정보 활용과 보호의 균형을 잡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한다.
산업데이터와 개인정보는 불가분의 관계다. 최근 산업데이터 관련 자문을 하면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산업데이터 말단에 위치한 개인정보 수집 근거에 안전성을 담기 위한 범부처적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지금 현 시점에서 기업에게 가장 필요한 디지털 전환 정책 과제는 무엇인가?
◇김태환=앞으로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할 것이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혁신이 요구된다. 하지만 기업 내부 구성원 이해도는 낮은 수준이다. 디지털 전환은 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적·문화적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현재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솔루션이 없기 때문에 각 기업은 개별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습득, 사업모델에 적용해야 한다. 물적·인적·시간적 투자가 요구된다.
그러나 여력이 없는 중견·중소기업들은 이를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중견·중소기업을 위한 업종·분야별 성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공통 기술을 값싸게 제공하는 지원 체계도 필요하다.
문화적 측면으로는 디지털 전환에 대한 전사 차원의 분명한 비전을 수립하고, 모든 구성원 참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 노동자는 디지털 전환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투명화와 일자리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각종 센서, 카메라 등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노·사·정 협의체를 통한 사회적 공론화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김용진=현재 주요 국가들은 자국 생산을 우선하는 정책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각국 관세·임금 등을 고려해 전체 ROI 관점에서 어디서 생산을 하는 것이 유리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한국에서 생산하더라도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예컨대 글로벌 산업용 로봇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 화낙(FANUC)은 자국에서만 제품을 생산한다. 해외에서는 서비스·조립만 진행하면서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확보했다. 우리 기업들의 뼈를 깎는 생산성 향상 활동도 요구되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 역할도 중요하다.
협력사들이 공급하는 제품의 품질이 좋아야 LG전자 제품 품질이 좋아진다. LG전자는 임원급으로 '동반성장담당' 조직을 운용하고 있다. 전담 기술 지원, 자동화·정보화 교육, 비용 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같은 활동이 중소기업 경영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정부 주도 펀드와 동반성장 지원 프로그램을 연계한 기업 주도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사회=효과적인 산업데이터 확보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나.
◇강상기=과거 산업데이터는 효율화·자동화를 위한 IT 기반 데이터를 뜻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과 산업 지능화는 IT 데이터로 해결할 수 없다. 앞으로 산업데이터 확보와 축적이 중요해질 것이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에 밀접하게 연관됐거나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낼 수 있는 데이터다. 데이터 공개가 ROI에 도움이 될지도 알 수 없다. 이를 외부에 공유하는데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데이터 보안 주체와 보호장치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걸림돌이다. 정부가 데이터 댐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이 같은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기업들의 산업데이터 공유를 위해서는 산학협력, 민간 등에서 성공사례를 조속히 발굴해야 한다. ROI 관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설득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단발성이 아닌 것을 감안해 협력을 지속 추진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비즈니스에 도움을 주는 레퍼런스를 계속 보여줘야 한다.
또 대다수 기업들은 데이터 보안에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보안에 정답은 없다. 데이터 보호 책임을 강조, 신뢰도를 높이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장준영=산업데이터는 기업에서 발생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노력해 확보한 사업데이터를 제3자에 제공해야 하는 것에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또 공유한 데이터가 경쟁사 등 불특정 다수에 유출되는 상황도 우려한다. 또 산업데이터에 특정 개인정보가 포함돼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리스크를 짊어질 수도 있다.
산업데이터는 생성하는 기업의 재산권 범위에 있다. 이를 공유하는 기업에게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들이 사적 계약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는 있지만, 산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대가 산정만으로 방치하면 안 된다. 국회가 발의한 촉진법은 산업데이터 활성화에 기여한 사업자에 조세 감면, 지원 혜택 등 행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명시했다.
경쟁사가 자사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산업데이터를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사후 규제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 사회적 공감을 기반으로 비의도적 개인정보 침해에 대해 과감히 면책할 수 있는 등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사회=디지털 전환을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김태환=주력 업종별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 공공재 성격을 띄는 기업대소비자(B2C) 플랫폼을 활용하면 한층 신속하게 디지털 전환을 확산시킬 수 있다.
한 업종에 대기업부터 2·3차 협력사까지 필요한 데이터를 애플케이션(앱) 형태의 B2C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방식이다. 각 업종이 요구하는 솔루션을 즉시 공급할 수 있다면 상당히 정제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선 산업에 중요한 용접 관련 데이터 부문에서는 전류, 전압 등 업계 공통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B2C 앱으로 산업 전반에 디지털 전환을 확산시키고, 이후 기업간거래(B2B) 앱 플랫폼을 병행 운영하면 한층 빠른 데이터 축적과 관련 솔루션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앞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고도화되면 데이터 유통 경로도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진=기업들은 협력사가 아닌 경쟁사로 자사 솔루션이 흘러들어가는 것에 고민하고 있다. 물론 기업 간 데이터 공유가 국가적으로는 이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쟁 관계에서 산업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지는 현실적인 문제다.
아직 우리 기업들은 산업데이터로 수익을 내는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없다. 앞으로 현재 사업에 피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윤을 늘릴 수 있다면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사회=산업부가 새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정책의 큰 틀을 설명해 달라
◇장영진=디지털 전환은 기업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산업부 정책은 상향식이라는 특징을 띈다. 기업들이 선도사업을 발굴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최고의 지원을 한다. 이를 다른 기업들이 따라오게 하면서 플랫폼화도 이룰 수 있다.
특정 기업 제안으로 만들어진 산업데이터 관련 플랫폼이 적정 대가를 지불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경쟁사도 참여하게 된다. 향후 시장 기능이 플랫폼 영향력 등을 조율할 것으로 본다.
앞서 설명한 촉진법은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법적분쟁, 권리관계 등을 명확히 하는 것이 법의 목적이다. 올해는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를 확산하는 한편 인력양성을 적극 추진하겠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황이다. 개별 기업이 아닌 전반적 산업의 디지털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 정부 역량을 총정원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사회=신속한 산업 디지털 전환을 위한 조언 한 마디씩 부탁한다
◇강상기=정부·산업·민간이 협력해 성공적 레퍼런스를 만들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도출하는 현실적 접근과 융복합 기술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미래지향적 접근이 필요하다. 개별 기업이 소화하기 어려운 기술 융복합에는 정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장준영=산업의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디바이드' 관련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디지털 접근에 취약한 일반개인도 존재한다. 산·학·연·관이 힘께 해결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김태환=디지털 전환 연대를 꾸려 상향식 과제를 발굴할 계획이다. 협회 차원에서 한국형 디지털 전환 모델을 기획하려 한다.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기획안을 마련하고 산업부와 논의하겠다.
◇김용진=지난 2016년부터 산업데이터 등에 관한 협의가 많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트렌드가 계속 나올 것이다. 한국이 글로벌 산업에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트렌드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장영진=디지털 전환은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지속적으로 관련 정책을 발전시켜 우리 산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성공해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
정리=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